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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능을 끝낸 고3 학생들을 위하여- 전경남(사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 기사입력 : 2017-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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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도 할 수 있는 수능이 끝났다. 지진 탓으로 수능이 미뤄지기까지 해 혼란스러운 1주일을 추가로 보내며 마음고생을 했을 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축하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학생들에게 수능이 끝났다는 것은 단순히 시험이 끝난 것이 아닌 그동안의 긴 여정의 한 페이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었던 노력을 마무리 짓고 그 결과를 받아드는 때이니 만큼 결과에 따라 어떤 학생은 후련함을, 또 어떤 학생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떤 쪽이든 이를 잘 받아들이고 마무리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종종 수험이 끝난 해방 혹은 좌절을 일탈이라는 형태로 드러내기도 한다.

    실제로 매년 수능이 끝나면 아직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이 거리낌 없이 염색을 하고 지각을 하며, 더 나아가 흡연이나 음주에도 손을 대곤 한다. 학교 내에서도 더 이상 교칙을 따르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에게 다가가 지적을 하면 “우리는 이제 대학생이니 상관하지 말아 달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수능이 끝나면 이제는 성인이라는 생각에 각종 일탈행위에 대해 스스로 관대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수능이 끝났다고 해도, 고3 학생은 아직 성인이 아니다. 청소년 보호법에서 지정하는 성인의 나이는 만 19세. 1999년생이라면 해가 바뀌는 내년 1월 1일이 되기 전까지는 음주도 흡연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니, 해가 바뀌어 대학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스무 살은 말하자면 ‘어른 초등학교 1학년’이다. 어른이 되기 위한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시기에 너무 서둘러 어른들을 따라잡고자 하는 지나친 일탈은 이후에 진짜 대학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 실제로 수능 후 음주에서 이어진 주폭이나 사고 등의 문제로 대학 입학을 취소당하고 더 나아가 형사 책임을 지거나 신체적 장애를 얻게 됐다는 뉴스도 이 시기가 되면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수능을 끝낸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대학생활에 대비하고, 캠퍼스 라이프를 200% 즐길 수 있도록 스스로를 준비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이 시기 면허 학원에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강습 할인을 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취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만큼, 미리 운전면허를 따 두는 것은 스스로가 움직일 기회이자 발판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연말이 돼 뮤지컬이나 연극 등 공연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특별 전시를 관람할 일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 경험을 쌓고, 스스로 용돈을 벌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조금만 생각하면 위험한 다리를 건너지 않고서도 즐거운 것도 유익한 것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단순한 일탈이 아닌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장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눈높이를 높여 가는 것. 그것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경남 (사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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