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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Pandy’와 4차 산업혁명- 황선준(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기사입력 : 2017-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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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ndy’는 protein과 candy의 합성어인 ‘단백질사탕’이란 의미로 스웨덴에 있는 둘째 아들이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 한 명과 함께 만들어 낸 상품 이름이다.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이 사탕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사탕을 먹는 사람들이 단맛으로 먹지 단백질을 먹기 위해 먹을까’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봄 완제품을 만들어 유럽의 다른 나라들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수출하며 몇 명의 젊은이들을 고용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스웨덴 젊은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웨덴에서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활동하고 아이들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답하면 그것은 교육과 정부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교육의 최대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무엇이 문제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게 하는 데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지식의 습득 및 암기 위주의 교육보다는 비판적 사고에 기초한 창의력 교육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하버드대 교육학 교수인 핀란드 살베르그 교수는 북유럽과 한국 교육의 차이를 잘 지적해 준다. 하버드대에 유학 중인 한국학생들은 수업 주제와 관련된 논문을 줄줄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 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거나 기껏해야 “좋아요” 또는 “별로에요”라는 대답만 돌아온다고 했다. 살베르그 교수는 한국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론의 타당성이나 신뢰성에 대한 평가(evaluation)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떤 이론을 이해하고 외우는 능력과 그것을 평가하는 능력은 아주 다르다. 후자의 능력이 단연 더 상위 수준의 능력이고 이는 축적된 지식과 비판적 사고 없이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창의력은 바로 비판적 사고에 의한 평가능력이 수반될 때 발현된다. ‘Pandy’를 만들어 낸 과정을 보면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왜 사람들은 성인병의 주범인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사탕을 먹는가? 설탕 대신 소량의 단백질로 건강에 좋은 사탕을 만들 수는 없는가? 그러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는 방법은 없는가? 이런 물음들과 끊임없이 싸우며 만들어낸 것이 바로 Pandy라고 한다. 알고 보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간단한 생각이다.

    젊은이가 창업을 하기까지 단지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된다. 특히 대학생일 경우 여러 형태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창업이 불가능하다. Pandy를 만든 학생들은 스톡홀름의 왕립공대(KTH)에서 실험뿐만 아니라 창업 컨설팅과 창업 자금까지 지원받았다고 한다. 직접 창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학이 관련 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한단다. 젊은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대학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스위스와 함께 국제경쟁력이나 혁신력에서 세계 최상위 그룹을 형성하는 것은 위와 같이 문제의식과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는 교육의 힘과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지원하는 정부(대학)의 역할 덕분이 아닌가 싶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로 들끓고 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의사와 변호사 같은 직종의 상당 부분이 미래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많은 지식이 머지않은 미래에 필요 없는 지식이라고 한다. 인간이 인공지능 로봇의 하수인이 될 날도 온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비판적 사고에 기초한 창의력 신장 교육이다. Pandy를 생각해내게 하는 교육이다. 여기에 젊은이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지원체제를 구축하면 금상첨화다. 문재인 정부에 기대해 본다.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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