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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소확행(小確幸)-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7-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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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은 늘 미래에 있었다. 대학에 가면, 직장을 잡으면,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으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바라던 행복에 닿아도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에 대한 환상이 현재의 행복을 삼켰다. 향긋한 커피 한 잔, 따뜻한 책 한 권, 편안한 음악 한 곡, 햇살 좋은 공원 한 바퀴. 삶의 기쁨이 된 건 미래의 막연한 행복이 아닌 현재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돌아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소가 펴낸 ‘트렌드코리아 2018’은 내년 소비 트렌드를 가늠하는 10가지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소확행(小確幸)’을 꼽았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소개된 말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소확행은 사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핵심이다. 집에서 휴가 보내기, 멍상(멍 때리며 보는 영상) 즐기기, 우리동네 인스타 맛집 찾아가기, ‘가끔 멀리’보다 ‘자주 가까이’ 여행가기 등이 대표적이다.

    ▼소확행은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 오캄(Au calme), 스웨덴 라곰(Lagom), 덴마크 휘게(Hygge)와 맥을 같이한다. 고요한, 한적한이란 뜻의 프랑스어 ‘오캄’은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히, 알맞게를 뜻하는 ‘라곰’은 스웨덴인들의 삶의 방식이다. 그들은 창가에 허브를 키우며 소박하게 삶의 공간을 채워 간다. ‘휘게’는 덴마크식 웰빙이다. 따뜻함, 아늑함을 뜻하는 이 말엔 정서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덴마크인들의 철학이 담겼다.

    ▼이 단어들이 추구하는 공통점은 소박한 행복이다. 근사한 삶의 목표가 없다고 해서 오늘 하루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듯, 거창한 행복을 꿈꾸지 않는다고 해서 일상 속 작은 행복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다. 공부하는 것, 취직하는 것, 결혼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현실. 순간순간 느끼는 작은 즐거움이 보물 같은 행복이 될 수 있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어릴 적 곰돌이 푸에게서 들은 행복의 지혜를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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