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가시 - 김우태

  • 기사입력 : 2017-12-14 07:00:00
  •   
  • 메인이미지


    가시가 걸렸다.

    나락 매상 끝내고 어두워서야

    술 취해 돌아오신 아버지.

    이것저것 떼고 나니 남은 것은커녕

    빈 지게 가득

    빚더미만 지더라며

    육자배기 가락으로 돌아오시던 아버지 손에

    무겁게 쥐어진

    갈치 한 꾸러미.

    그걸 먹고 목구멍에 가시가 걸렸다.

    물을 들이키고

    김치를 둘둘 말아 먹어도

    목에 걸린 가시는 도무지 내려가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뜬눈으로 온몸을 비틀면서

    목을 캑캑거리며 울어야 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목에 걸린 그 가시 때문에.

    ☞ 이 시를 읽으면 시를 쓰는 착한 심성의 아들과 우직한 농부인 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적나라한 현실은 피땀으로 농사를 지어도 빚더미뿐인 아버지가 사 오신 갈치 한 점을 먹은 아들은 그만 목에 가시가 걸립니다. 김치를 둘둘 말아 먹어도 가시는 내려가지 않고 밤새 목을 캑캑거리며 울었다고 합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그 가시는 결핍과 그리움 시대를 건너 우리들 곁으로 아버지를 불러내고 있습니다. 정이경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