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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거제 외포항 대구&바다 즐기기

찬바람이 불면~~ 내가 온 줄 아세요~

  • 기사입력 : 2017-12-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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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법 날카롭고 찬 바람이다. 1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이곳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 흥남해수욕장도 겨울다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백사장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흔한 갈매기 발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백사장을 뒤로하고 바다를 쳐다봤다. 짙푸른 겨울 바다가 수평선을 중심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에는 배 한 척이 물살을 일으키며 부유(浮遊)했다. 그 뒤로 갈매기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날아다녔다.

    거제의 겨울 바다는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었다. 고운 모래를 품고 있는 해수욕장부터 모남이 없이 동글동글한 몽돌을 품고 있는 해수욕장, 그리고 수많은 어선이 들어오고 나가는 항구와 작은 포구까지. 각자의 형태는 달랐지만, 어느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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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생선 ‘대구’= “아지매, 생대구 한 마리 얼마예요?”. 쌀쌀한 바람이 부는 지난 11일 오전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 지나가는 손님이 가게 앞에 펼쳐져 있는 대구를 보고 여주인에게 무심한 듯한 말투로 가격을 물었다. 여주인은 가격보다 대구의 질을 강조하며 대구 꼬리를 잡아 올렸다. “그놈 진짜 크고 싱싱하네. 대구는 대가리 크기를 봐야 전체 크기를 알 수 있다카던데.” 1m 남짓한 대구가 여주인의 손에 일자로 매달렸다. 그 길이에 논란 손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흥정은 이미 끝난 것 같았다.

    거래가 성사되자 여주인은 직접 가져갈지, 택배로 보낼지를 손님에게 물었다. 이미 여주인의 가게에는 택배에 쓰일 흰 스티로폼 상자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배송 여부가 결정되자 곧바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탁,탁,탁’. 수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칼이 거칠고도 섬세하게 그리고 순식간에 대구의 살과 뼈를 갈라내고 대가리를 두 동강 냈다. 칼을 내리치는 데 일말의 주저함 없었다. 프로의 솜씨다. 손님은 “대구는 뼈가 굵으므로 가게에서 손질하지 않으면 집에서 요리하기 버겁다”며 팁을 알려줬다. 여주인은 이리(곤이, 물고기 수컷의 배 속에 있는 흰 정액 덩어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다. 대구는 이리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맛도 좌우한다. 생대구 손질을 찰나(刹那)의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반건조 대구는 인고(忍苦)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건조 대구는 수컷의 경우 이미 산란을 마쳐 이리가 없거나 암컷의 경우 알집이 야물지 않은 것들이 주로 선정된다. 내장을 발라내고 배를 드러낸다. 크게 벌린 아가리에 고리를 걸고 이를 바람이 잘 부는 부둣가 어귀에 매단다. 적어도 3~4일을 해풍에 말려야 먹기 좋게 쫀득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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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포항= 외포항은 대구 어장터로 이름난 항구다. 계절성 회유 어종인 대구는 북해도 근방에서 11월 하순께 동해를 거쳐 외포 앞바다와 진해만에 와서 산란하고 이듬해 봄에 돌아간다. 대구가 많이 잡힐 때 외포항은 전국에서 모여든 대구잡이 어선과 도매상인들이 득실댄다. 대구뿐 아니라 조기와 갈치, 청어 등 고급 어종이 많이 잡혔다. 조기와 청어는 6·25전쟁 전까지만 해도 많이 잡혔다. 전국의 80%가 거제연안에서 잡힌다고 전해진다. 외포항을 벗어나면 대한해협의 황금 같은 어장터가 있다. 이 어장터는 난한류가 교차해 다양한 종류의 생선이 서식한다. 외포항 주위의 해변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은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해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일 날이 없다. 1월에는 산란기가 집중돼 어자원 보호를 위해 금어기로 지정됐다. 일제강점기에도 이 시기에 대구를 잡지 못하게 했지만, 어민들은 그때가 아니면 대구를 잡을 수 없어서 불법어로를 해왔다. 광복 이후 1960년대까지도 대구가 많이 잡혔지만, 어업인구가 늘고 산란기 단속도 소홀해 무허가 어장이 판을 쳤다. 당연히 대구도 줄었다. 1980년대부터는 어자원 보호를 위해 산란기에 대구를 잡지 못하도록 계몽하고 단속도 했다. 또 대구 방류 사업도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다시 생산량이 다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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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찜과 대구탕= “대구야말로 버릴 게 없는 최고의 생선이죠”. 거제 외포초등학교 인근 ‘외포식당’의 주인 곽송주(61)씨가 힘주어 말했다. 대부분의 대구 요릿집이 부둣가에 몰려 있는 것과는 달리 외포식당은 외포항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곽씨는 올해로 38년째 식당을 운영해왔다. 그녀는 시어머니에게 배운 대구 요리법을 발판 삼아 20대 때부터 식당을 해왔다. 메뉴는 생선회, 대구탕, 대구찜, 정식 4개다. 곽씨는 “대구는 탕을 끓이기도 하고 구워도 먹고 말려서 포를 만들기도 한다. 대구 알은 탕을 끓이거나 젓갈을 담그고, 머리는 찜을 찌거나 탕을 끓여 먹는다. 대구 내장은 젓갈을 담그고 대구 간은 기름을 짜내 약을 만드는 등 버릴 데가 없는 생선이다”고 말했다. 그녀가 식당을 차릴 때만 해도 이곳 외포에는 대구 전문 식당이 단 3곳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구 요리 전문점이 11곳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다. 곽씨는 수많은 대구 요리 중 ‘대구찜’을 으뜸으로 꼽았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대구를 된장과 묵은김치, 미나리, 파, 콩나물, 이리, 갖은 양념을 등을 넣고 ‘산태미’ 일명 대나무 소쿠리에 수증기로 쪄서 만드는데 족히 30분 넘게 걸린다. 이 때문이 예약하지 않고서는 맛보기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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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식당을 찾은 전연주(71) 외포마을이장은 대구탕을 치켜세웠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개운하며, 무엇보다 담백한 맛에 겨울이면 대구탕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싱싱한 대구만 있으면 별다른 양념을 넣지 않고도 특유의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요즘이야 택배가 있어서 외포를 찾는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20~30년 전만 해도 가격도 비싸고 귀해서 검은 지프차들이 이맘때면 전국에서 몰려와 대구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고 말했다.

    대구 튀김, 대구포, 대구뽈찜, 대구알젓 등 대구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하지만, 활어를 먹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김봉기(68) 장목면이장협의회회장은 “대구도 회를 떠 먹기는 하지만, 회를 만들 수 있는 음식점이 많이 없거니와 살이 너무 부드럽다 보니 활어의 제맛을 느끼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대구회를 먹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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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수산물축제= 매년 12월이 되면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에서 ‘거제대구수산물축제’가 열린다. 대구는 거제의 시어(市魚)로 지정될 정도로 지역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대구탕과 대구 명란젓, 대구회, 대구 떡국 등 다양한 대구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식회는 물론 대구 현장경매 체험과 대구 수정란 방류 등 대구를 테마로 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는 16~17일 이틀 동안 축제가 열린다. 16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축제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식전 공연, 수산물 깜짝 경매, 트로트콘서트에 이어 오후 5시 30분에는 개막식이 예정돼 있다. 개막식과 함께 축제 기념 불꽃 축제도 열린다. 17일에는 7080 통기타 콘서트, 거제 윈드 오케스트라 공연, 거제수산물 깜짝 경매 등이 개최되며 축제 기간에 대구요리 체험, 맨손으로 활어 잡기 등도 진행된다.



    글= 고휘훈 기자

    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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