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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점점 빨리 바뀌는 환경에 대한 적응- 복거일(소설가·사회평론가)

  • 기사입력 : 2017-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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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시험도 끝나서,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진로에 고심할 터이다. 진로를 정할 때는 자신의 적성과 함께 사회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사회환경에서 두드러진 특질은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바뀔 뿐 아니라 변화가 가속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변화가 가속되는 근본 원인은 지식의 가속되는 확장이다. 단 몇 해 만에 지식의 총량이 곱절로 늘어나는 상황에선 지식은 점점 빠르게 낡아간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10년 뒤면 거의 다 낡아 버리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현대인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현대 교육의 진정한 목표다.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자신이 고를 수 있는 대응책은 되도록 기초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사회환경에 필요한 지식을 얻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는 좁은 응용 학문보다는 기초 학문이 낫다. 당장 취직에 도움이 되는 좁은 분야를 전공하는 것은 ‘지나친 전문화’의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새로운 지식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을 열심히 얻어야 한다. 지식은 언어에 담기므로, 학생들은 언어 습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중요한 공부는 영어와 수학이다. 영어는 배우기가 비교적 쉽고 배울 기회도 많다. 수학은 스스로 배우기가 무척 어렵고 기회도 적다.

    게다가 수학에 대한 두려움으로 수학을 일찍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두려움은 수학의 본질과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정에서 주로 나온다. 수학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혼자서 수학을 이해하려 애쓴 한 지식인의 경험을 얘기한다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데는 수학철학 입문서를 읽는 것이 좋다. 수학철학을 통해서 수학의 본질과 모습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수학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친근감이 생긴다. 이어 수학사를 읽어 수학이 자라온 과정을 알게 되면, 수학의 모습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들어온다. 수학은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여학생들은 특히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수학적 능력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뒤진다는 통설은 거의 틀림없이 그르다. 우리의 다른 능력들과 마찬가지로, 수학적 능력도 원시시대에 다듬어졌을 터인데, 원시시대의 환경에서 수학적 능력이 여성에게 덜 필요했다는 증거는 없다. 설령 그런 차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뉴턴과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의 수준에서 나오지 이미 존재하는 수학 지식을 배워서 쓰는 수준에선 나올 리 없다.

    따라서 여성을 수학과 멀어지게 만든 요인들은 모두 문화적 요인들이다. 과학과 수학은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널리 퍼져서, 여학생들이 과학과 수학을 배울 기회를 처음부터 줄였다. 그리고 여성 과학자와 수학자가 드물다는 사실이 그런 선입견을 정당화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수학의 중요성은 빠르게 늘었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공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터라, 현대인에게 식수(numeracy)는 근대인에게 식자(literacy)가 지녔던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사정은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수학 실력이 뒤지면, 전문적 과학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워 좋은 직업과 직장을 얻기 어렵다. 요행히 얻더라도, 유리천장을 깨고 상층부로 진입하기 어렵다.

    여성이 현대 사회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과학과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낮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지금, 여성의 경제 활동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긴요하다.

    여성이 과학과 수학에 대한 적성이나 능력이 뒤진다는 편견을 없애고 여학생들이 스스럼없이 과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사회 정의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복 거 일

    소설가·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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