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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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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획] 암호화폐 ‘열풍’ 이유와 전망

투자심리 자극하며 ‘과열’… 예측성 없어 ‘미래 화폐’ 불확실
한국서 유독 ‘투기 양상’
미국·중국선 수년에 걸쳐 성장

  • 기사입력 : 2017-12-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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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 속에 파고든 암호화폐 투기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직장인 A(56)씨는 몇 달 전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한 지인의 소개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하루 종일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사실상 정확하게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어떤 원리에 의해 운용되는지 모른다. 정확한 정보 없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비교적 큰돈을 투자한 A씨. 머잖아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가족들은 ‘암호화폐에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말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돈을 돌려받으라’며 A씨를 만류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반면 창원시 성산구에 사는 직장인 B(34)씨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해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B씨 역시 지인의 추천으로 지난봄 투자를 시작해 8개월 만에 투자금의 3배 가까이 수익이 났다. 지금 다니는 회사 월급만 받아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벌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주식 시장과 달리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되기 때문.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을 확인하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B씨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비트코인 가격 변동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거의 하루 종일 업무나 일상 생활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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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 열풍? 한국만 과열?

    사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등장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이나 중국의 경우 그 시장이 수년에 걸쳐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실제 비트코인 적용방식이 처음 논문 형식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거래 시스템으로 통용된 것은 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은 몇 개월 사이 급작스럽게 성장가도를 달리더니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과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 한국에서 비트코인은 국제시세보다 최고 23%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한 외신은 ‘원화 거래액이 달러 거래액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것은 틀림없지만 한국에서 특히 ‘투기’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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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비트코인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큰 수익을 올렸다는 말을 들으면 너도나도 한 번씩 해보자는 심리가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장벽 없이 전 세계를 상대로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의 특징이 침체된 경기와 불안한 정세 때문에 한껏 움츠러든 투자심리를 자극한 점도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기 조장 세력’도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선 A씨와 같이 암호화폐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직업군이나 정보가 부족한 고령자들에게 ‘새로운 투자처가 있다’는 솔깃한 정보를 흘리고 ‘곧 정부가 이를 정식화폐로 인정할 것이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가상통화가 투자자에게 생소한 점을 이용해 SNS, 인터넷게시판 등을 통해 이를 포장·유포하거나 가상통화 거래소가 정부 허가를 받은 것처럼 홍보하는 등 허위 사실 유포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암호화폐, 가상통화는 법적 성격 및 실체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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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가 호재다?

    암호화폐 과열 현상이 나타나자 지난 13일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법무부·기재부·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통부와 암호화폐 관련 긴급 대책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미성년자 및 외국인 거래 금지, 모니터링 강화 등이 담긴 암호화폐 투기 과열과 관련 범죄에 대한 정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원칙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 방침의 핵심은 암호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규정하고 규제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정부의 규제를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였다.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을 담론화한 것은 제도권에서 이를 인정하기 시작한 일종의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본 때문이다.

    실제 13일 오전 대책안 발표 이후 오히려 비트코인 거래가 늘고 가격도 함께 뛰는 기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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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울의 레스토랑(위)과 장어구이집./연합뉴스/



    ▲암호화폐는 미래의 금융인가?

    이러한 현상들을 두고 과연 암호화폐, 나아가 가상화폐가 미래의 화폐로, 미래의 금융으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도 가능해졌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 코인, 리플 등 가상의 화폐는 화폐라고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정적 시각을 내놓는다. 화폐는 ‘예측성’이 담보되어야 하지만 가상세계의 화폐는 왜 가격이 급락하는지 명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신용을 담보한 ‘내재적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세계의 화폐가 실제 화폐의 기능을 갖추는 일은 요원하지만, 이 현상들이 던져준 핵심적 메시지는 함께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8일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17블록체인서밋’에 참석한 타이젠 오쿠야마 일본 가상화폐 사업자협회 회장은 ‘블록체인의 미래성’과 ‘가상화폐의 미래성’을 두고 “가상화폐 미래성과 블록체인의 미래성은 또 다른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가상화폐가 나올텐데 이를 원활하게 교환할 수 있는 인프라는 분명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무환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도 “가상화폐가 현재 거래되는 화폐처럼 시장 참여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신용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이를 두고 미래의 금융이 흘러갈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김 교수는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기술을 통해 중앙은행이 하는 청산소의 기능을 개인이 공유함으로써 투명성이 제고되는 시스템은 큰 장점이라고 본다”며 “이에 대한 가치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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