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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사커 킥보다 무서운 것-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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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쯤, 격투기 선수인 추성훈이 2006년 프라이드 웰터급 챔피언 일본의 미사키 카즈오와 일본에서 맞붙었다.

    잘 싸우던 추성훈은 미사키가 휘두른 왼손 훅을 맞고 링에 주저앉았다. 일어나려는 순간 미사키가 얼굴에 사커 킥을 날리면서 추성훈은 그 자리에 널브러진다. 이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양손과 양발이 매트에 닿아 있을 때 사커 킥을 날리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추성훈 측에서 정식 항의문을 실행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에서 사커 킥을 허용하는 격투기 단체는 몇 안 된다. 박치기와 상대가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팔꿈치를 위에서 아래로 찍는 행위, 여기에 사커 킥 등은 격투기에서 허용을 하지 않고 있다. 상대편이 정신없이 넘어져 있을 때 사커 킥을 날리는 것은 살인에 버금가는 행위로 보는 만큼 무서운 행위이다.

    지난번 도내 어느 지역의 지자체 선거에서 상대 선거운동원 간 사커 킥이 나왔다. 5일장이 열리는 날에 후보자들은 그곳을 찾기 마련이고, 자연스레 선거운동원끼리 맞서게 됐다. 그때 한 후보측에서 상대 운동원과 싸움이 나면서 씨름선수 출신이 상대를 넘기고, 축구선수 출신이 넘어진 상대에게 사커 킥을 날렸다. 그것으로 게임 아웃이었다. 그에 맞는 적당한 처벌을 받았겠지만 사커 킥의 공포스러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근 대통령 동행 취재 중 중국에서 벌어진 기자폭행 사건에서도 사커 킥이 나왔다.

    사건 개요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서 한중 무역파트너십 개막식 연설 등을 마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국측 경호원과 기자 간에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을 따르던 기자를 중국인 경호원들이 제지했고, 이를 항의하는 기자를 뒤로 넘어뜨리고 구둣발질을 한다. 이어 또 다른 기자가 행사장에 취재로 들어가려 하자 중국인 경호원이 이번에도 막았고, 복도로 끌고 나와 집단구타를 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다른 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겨 방송을 탔다. 집단구타가 끝날쯤에 경호원은 마지막으로 누워있는 기자에게 사커 킥을 날린다.

    사드 배치 등 한중 간의 미묘한 관계가 이런 요인을 낳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런 거리낌없이 무방비인 기자를 집단 폭행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격투기에서도 금지된 사커 킥을 날리고 승리자가 된 기분이었다면 대륙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아마 2002년쯤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사망했지만 장성택 당중앙위원회제1부부장(당시) 등 북한 시찰단 일원이 도내 한 대기업을 방문한 적 있다. 그때 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왔지만 취재 비표는 많이 발급되지 않았다. 일단 사진기자에 비표 하나를 전달한 뒤 여러 공장현장을 방문하는 것을 취재하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았다. 한때 험악한 분위기까지 갔지만 경호원들이 양해를 구하는 모습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상호 양해가 돼야지, 사커 킥으로 응대해서야 되겠는가. 그것도 대통령 방문 취재기자를 폭행한다는 것은 한 나라를 보는 시각이 오만불손하기 그지없다. 사커 킥이 파괴적이라지만 오만불손함은 그것을 뛰어넘는 무도한 행위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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