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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남문인협회장 선거를 보면서- 이달균(시인, 통영시 집필실장)

  • 기사입력 : 2017-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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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문인협회장 선거가 축제처럼 끝났다. 정유년을 보내며 치른 선거는 문인다운 성숙함을 보여주었기에 진정한 축제가 되었다. 2018년부터 새로운 집행부가 이끌어갈 경남문협은 선거 과정에서 자칫 가열되고 편이 갈릴 우려가 예견되었다. 그러나 막판에 가장 유력한 두 후보(김일태, 서일옥)가 원만한 결론을 도출하였기에 그 용기와 화합에 큰 박수를 보낸다.

    기실 선거는 아무리 페어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앙금은 남는다. 특히 지역문단의 경우,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후보끼리의 대결은 그를 둘러싼 갈등을 유발, 어쩔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문인으로서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경남문협의 역사가 길지만 그동안 두 번의 선거를 제외하고는 추대라는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양보를 통한 추대는 아름다워 보인다.

    어떤 지역에는 문단 정치를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문단뿐만 아니라 타 예술단체장 선거 역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예술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문학은 개인의 작업이며 그 결과는 문인과 독자에게 냉정히 평가받는다. 문단 행위와 문학적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 창작에 몰두하는 문인들은 이런 자리를 애써 피하기도 한다. 문협 회장 자리는 전적으로 봉사자의 위치에 있다. 문인들의 특성상 회장이라고 하여 특별히 권위를 인정해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직무에 따른 대가는커녕 모든 경비 마련과 지출에 대한 무한책임만 따른다. 그러므로 문협 회장은 지역사회를 사는 한 문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의무이며 봉사라는 생각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문학은 상징성이 가장 큰 장르다. 예전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초대 전영택을 비롯하여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서정주, 조병화 같은 기라성들이 맡았다. 그분들의 명성과 함께 문단의 대사회적 위상도 비례하여 커 갔다. 아쉬운 것은 그 당시의 문단 위상과 지금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예전 분들에 비해 문학적 명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이들에 의해 협회가 이끌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경남문단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나왔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에 놓이지는 않았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정유년을 보내고 무술년을 맞게 된다. 김일태 새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탄생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수혈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의 어깨는 무겁다. 경상남도와의 관계, 젊은 문인의 기근현상, 침체된 문협의 위상 강화 등 산적한 일들이 많다. 행정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매우 직접적이고 즉물적인 시대에 문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 본연에 대한 물음과도 직면해 있다.

    이번에 보여준 선의의 경쟁과 성숙한 양보가 결실을 맺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어떤 경우라도 문단은 우수한 문학생산자들을 위한 단체가 되어야 한다. 친목과 화합도 우수한 작품 생산을 위한 것이고, 수상 기준도 작품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달균 (시인·통영시 집필실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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