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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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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의 아버지 - 박구경

  • 기사입력 : 2017-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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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들목에서 걸려

    술이 많이 늦었지만



    병아리 몇 마리와

    산 닭 두 마리를 사 든 아버지



    새끼들을 어리 속에 몰아넣고

    마당까지 내려온 보름달을 치는 것은

    내리치는 것은

    흰 눈 위에 붉게 물들이던 그것은



    인삼 향이 밴 뜨거운 닭국으로

    동생들을 깨워

    자다 일어난 입맛을 쌉싸래하게 하며

    이미 오래전 오래전부터 그랬듯이

    수없이 많은 애비들이

    먹여 살리려는 밤이었을 뿐이네



    매서운 겨울 사냥에서

    크고 묵직한 발자국으로 성큼

    돌아온 아버지였던 것이네

    벼슬을 채며 눈이 부리부리한

    ☞ ‘겨울밤의 아버지’는 어떤 아버지일까를 궁금해하면서 시를 읽다가, 일상 속에서의 정 깊은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수없이 많은 애비들’은 가족을 위하여 어떤 형식으로건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오래전의 아버지는 술 취한 걸음걸이로도 산 닭 두 마리를 거머쥐고 귀가했을 것이고, 지금의 젊은 아버지의 손에는 피자나 치킨이 들려 있을 것이므로. 문득 ‘매서운 겨울 사냥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그리워져 가만히 떠올려 보는 겨울밤입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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