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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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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숯과 가야- 김주용(창원대 박물관 학예실장)

  • 기사입력 : 2017-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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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에는 변진한(辰弁韓)은 철 생산과 교역지로 유명하다고 전하며, 이후 가야 역시 철 생산과 교역으로 강력한 국가로 발전하였다.

    철을 가공하는 첫걸음은 1000도가 훨씬 넘는 온도에서 철을 녹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높은 온도를 올리고 유지하는 연료는 바로 숯이었다. 따라서 숯 굽는 기술이 질 좋은 철을 만드는 기본이고 당대 최고의 첨단기술인 철과 철기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기술이었다.

    철을 생산하는 데는 철광석의 세 배 이상에 해당하는 숯이 필요하므로 숯가마와 제철유적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 그래서 고대 철광산과 제철유적, 숯가마가 세트를 이루며 운반이 편리한 물길 가까이에 위치한다.

    철 생산에는 주로 화력이 좋은 참나무 숯이 사용되었고, 밤나무 숯, 소나무 숯도 사용되었다. 참나무와 밤나무를 숯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나무는 땔감으로 사용되면서 숯이 되는 나무와 숯 굽는 나무 모두 빠르게 고갈되었고, 숯 장인은 다시 나무를 찾아 이동했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 경주의 굴뚝에는 저녁에도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기가 나지 않는 귀한 숯으로 요리하고 난방을 했기 때문이다. 즉 철 생산의 산업용으로 사용되던 숯이 일반 가정의 취사용과 난방용으로까지 널리 확산돼 그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고 할 수 있다.

    숯은 고급 연료임에는 틀림없으나 원료인 나무 무게의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에 많은 나무가 소요된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수많은 나무가 잘려 나갔고 자연히 숲은 파괴됐다. 특히 참나무나 밤나무의 고갈은 단순히 숯 생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먹거리와도 관련된다. 참나무의 도토리와 밤나무의 밤은 흉년이 들 때 배고픔을 견디게 해주는 구황식품 역할을 하는 소중한 식량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산림이 훼손된 벌거숭이산은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몰고 오고 흉년이 들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가야의 번성을 가져다 준 철이 가야의 멸망 원인 중 하나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김주용 (창원대 박물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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