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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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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 유희선

  • 기사입력 : 2017-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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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모나미, 모나미

    딸깍 문을 열고 웃네

    짧고 새까만 단발머리 흰 교복을 입고

    편지를 쓰네

    꼬부랑꼬부랑 알파벳을 쓰네

    까맣게 베껴 쓰는 희디흰 꿈들

    우리들 풋풋한 사랑

    밤새 건너편까지 저어 빈틈없이 채우네

    나의 모나미, 모나미

    어디든 달려가네 날아가네 여기저기 콱 처박혀

    소식이 없네

    굴곡도 곡절도 없던 빼빼 마른 민 가슴들

    손목이 휘도록

    어느 모퉁이를 돌고 있을까

    어디만큼 흘러갔을까

    부푼 노트처럼 강물 일렁이네

    해말간 얼굴로,

    아직도 푸르게 쓰고 있는

    나의 단짝 모나미

    모나미

    ☞ 컴퓨터나 휴대폰의 등장으로 저만치 밀려나 버린 필기구들의 존재, 물론 까마득하게 잊히거나 잊고 만 것이 어디 필기구뿐이겠습니까?

    시인은 많은 필기구 중에서도 손쉽게 쥐이던 모나미 볼펜이 단짝인 시절로 돌아가 시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볼펜으로 단발머리 여학생은 편지를 쓰기도, 처음 배우는 알파벳을 꼬부랑꼬부랑, 밤새도록 꿈을 쓰거나 빈틈없이 채웠습니다. 하지만 그때 ‘굴곡도 곡절도 없던 빼빼 마른 민 가슴들’은 여기저기 콱 처박혀 지금은 소식이 없습니다. 손목이 휘도록 어느 모퉁이를 돌고, 끝없이 흘러갔어도, 시인은 모나미 볼펜으로 지난날의 꿈과 우정 어린 추억을 담아 불러내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도 아직 푸르게 쓰고 있을 모나미 볼펜 한 자루로, 올해가 가기 전 그립고 보고픈 이들에게 먼저 소식을 전해보기를. 또박또박이거나 삐뚤빼뚤이면 또 어떻습니까?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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