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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동물이 사람을 치료하는 감동의 시대- 김민규(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7-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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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은 급변하는 환경체계의 영향으로 스트레스 및 소외감 등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함으로써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따라서 물질적, 공간적 여유가 허락한다면 반려동물을 입양해 본인 또는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을 갖추지 못하는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인 양로원 노인들이나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타인의 동물을 이용하여 정신적, 신체적 재활과 회복을 제공받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동물매개치료라고 부른다.

    동물매개치료는 사람과 동물과의 연대감을 활용해 치료 대상자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 들어 유아나 청소년의 발달장애 치료와 일반인들의 우울증 치료,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목적으로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학업능률에 대한 강박증, 학교 생활 부적응, 게임중독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많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독거노인들의 경우 우울증, 무력감, 소외감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동물매개치료가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설고 초보적 단계에 있는 동물매개치료가 선진국에서는 심리학 및 정신치료 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고양이로 인하여 사람의 말문이 열리고, 장수풍뎅이가 아이의 사고력을 발달시키며, 돌고래가 반신마비 환자의 행동욕구를 자극하고, 승마재활프로그램이 재활의학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동물매개치료의 효과를 입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유기견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러한 사례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매개치료를 도입한 것으로 치료견 전문가인 오키 도루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는 “유기견을 치료견으로 거듭나게 해 사람 이상의 따스함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일본 열도가 감동의 눈물이 넘쳐났다. 한국도 유기견 활용의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삼성화재에서 유기견을 활용한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을 양성한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 활용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치료견의 역할은 사실 별다른 게 아니다. 뇌경색환자나 치매환자는 지속적으로 개의 이름을 외우게 하고 개와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대화가 가능하게 한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재활기간 동안 환자와 함께 걷고 생활하며 곁을 지켜주는 게 전부일 뿐이다. 하지만 절망의 낭떠러지에 선 사람들에게 말 없는 치료견의 동행은 사람 이상의 온기를 전해준다. 치료견을 향한 애정과 유대감이 깊어질수록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강해지고 면역력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교육과정은 주로 동물 관련 학과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동물을 이해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동물복지와 휴먼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의 심리정서를 다루는 사회복지학과, 심리학과, 간호학과 등에서도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학제간 공동연구를 통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대상자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을 넘었지만 유기견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반려동물산업의 확대에 따른 슬픈 그늘이다. 인간에게 버림받았지만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견공들을 위해 우리는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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