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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수출국의 갈림길서 지역산업을 생각한다- 유창근(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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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8% 증가한 5739억달러로 2년 연속 감소에서 벗어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총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품목 중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선박, 자동차 등 상위 8개 품목의 수출이 모두 증가하여 수출회복을 견인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작년 3분기까지 집계한 실적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출증가율로 세계 6위 자리를 회복했다. 돌이켜보면 우리 수출의 위상이 급상승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오랫동안 세계 12위권에 머물던 순위가 2009년 9위, 2010년 7위, 2015년 6위로 올라갔는데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동남권 주력산업의 수출 증가가 그 원동력이 되었다.

    금년에도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져 수출 6000억달러 시대를 열 전망이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조만간 세계 5위 수출국으로 올라설 수도 있을 듯하다. 세계 수출 1~4위는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히 큰 중국, 미국, 독일, 일본으로 넘보기 어렵지만 5위인 네덜란드를 추월하는 것은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주력산업의 수출이 유지되는 한편 새로운 수출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지역산업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세계 1~6위 조선소를 독식할 정도로 견고했던 동남권의 조선산업은 이미 무너졌다. 조선 경기의 극심한 불황에 더해 섣불리 뛰어든 해양플랜트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대우, 삼성, STX 등 세계 굴지의 조선사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작년까지는 기존의 수주잔량으로 수출 실적을 유지해왔지만 2년간 수주절벽의 효과가 나타나는 금년에는 수출이 절반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은 증가했지만 자동차 부품 수출은 3년 연속 감소했다. 세계 1, 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현지생산판매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인데 그 원인이 경기침체가 아닌 제품 경쟁력 저하라는 게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완성차 수출의 중요한 몫을 담당해온 한국GM은 매년 수출 물량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및 유가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주요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생산설비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머지않아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수출 5위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나라 수출과 지역산업의 운명은 갈림길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차세대반도체, 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이나 화장품, 의약품, 식품 등 유망소비재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그 비중이 낮다. 이들 산업이 안정권으로 성장할 때까지 기존 주력산업은 수출을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장기생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길로 가느냐는 결국 수출경쟁력에 달려 있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이 반복되는 데 따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다. 일찍이 올슨 교수는 그의 저서 ‘국가의 흥망성쇠’에서 오랜 기간 안정을 누려온 국가가 쇠퇴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안정된 사회나 조직에서는 생산보다는 분배를 늘리려는 세력이 갈수록 커지는데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 자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의 파업을 보면서 지역산업이 그런 지경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유창근 (영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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