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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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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土다운 한 해’를 보내자

  • 기사입력 : 2018-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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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2년,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하자 명의 이여송 장군은 그의 일급 참모이면서 풍수지리에 능한 두사충(杜師忠)과 함께 조선에 첫발을 내디뎠다. 1593년, 조선의 관군과 의병, 이여송과 두사충이 이끄는 명나라 원군은 왜군을 격파하며 평양성을 탈환했으나 벽제관(경기도 고양시) 전투에서 대패를 하게 되었다. 패전의 모든 책임이 ‘진지의 위치를 잡는 임무’를 맡은 두사충에게 돌아가면서 그를 참수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이때, 참패의 원인이 ‘진지의 위치’가 아니라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구명운동을 우의정 정탁(鄭琢) 등 조선 신하들의 상소로 책임을 면하게 되었다. 그 후, 조선에 귀화하여 대구에 정착하였으며 후손들이 그를 시조로 하고 그의 본향(本鄕)인 ‘두릉’을 본관으로 하여 대(代)를 이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변에 ‘고국인 명나라를 사모한다’는 뜻인 모명재(慕明齋)가 있다. 남향으로 배치된 모명재는 두사충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1912년에 세운 재실이다. 모명재를 우측으로 돌아 150m 정도 올라가면 ‘형제봉’이 진산인 두사충의 묘소가 있다. 명나라 최고의 풍수지사답게 조선 팔도를 유람하며 펴낸 ‘모명유결(慕明遺訣)’은 오늘날에도 풍수 학인들이 참고하는 서적이다. 두사충은 자신의 묏자리를 스스로 점지해두었으나 형제봉 앞을 지나던 중 그만 숨을 거두는 바람에 자신이 묻히려고 했던 터는 영원히 미지의 자리가 되었다. ‘두사충의 묘’를 혹자들은 ‘대단히 좋은 자리’라고도 하지만 ‘교과서적인 명당’으로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본다. 묘소와 연결된 산줄기는 너무 넓고 평탄하여 변화가 부족하며 좌청룡과 우백호는 울창한 나무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안산(앞산)은 낮았다. 그러나 산기슭에 위치한 묘소를 포함한 주변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무해지지(해가 없는 괜찮은 자리)이며 좌향은 계좌정향(癸坐丁向·남서향)이었다. 묘소의 앞과 양옆에 있는 상석, 무인석, 문인석, 석마와 배롱나무(백일홍)는 무덤 앞과 좌우측에서 부는 바람을 막아주는 비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참고로 배롱나무의 꽃말은 ‘떠나는 벗을 그리워하다’로 묘지와 향교나 서원에 많이 볼 수 있으며, 나무껍질이 얇아 마치 속이 비치는 것처럼 보여서 삿된 생각을 하지 않고 청렴하게 살라는 선비들의 바른 삶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혈처(穴處) 혹은 명당이란 산줄기가 생기 있게 살아 움직이다가 기(氣)가 응집된 곳을 말한다. 하지만 필자가 감정한 곳들 중에는 조상의 묘를 산기슭에 써도 자손이 잘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곳은 수맥이 없으며 계곡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고 지저분한 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좋은 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남 의령군 모처에 산기슭을 주산으로 하여 조상의 묘를 안치한 지인이 있다. 그는 사업의 번창을 위해 몸을 혹사하여 한때 건강이 나빴으나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다. 비록 산기슭에 위치했지만 묘의 뒤를 감싸주어 땅의 생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장풍(藏風)이 잘 되었고 수맥과 골이 없는 자리였으며 약간 떨어진 곳에는 지인의 생가가 있었다. 아직도 노모가 거주하고 있는 그곳은 ‘다랑논(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되어 있는 논)’의 아랫부분으로 집 앞에는 소하천이 있었다. 감정결과 지기(地氣)가 좋았는데, 이런 터를 ‘기승풍즉산, 계수즉지(氣乘風則散, 界水則止·기는 바람을 맞으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응집한다)’라 한다. ‘다랑논’은 땅속 2m 이내에 돌과 수맥이 있는 곳도 많은데, 지인의 집터는 가히 ‘형지기축, 화생만물, 위상지야(形止氣蓄, 化生萬物, 爲上地也·형이 그치면 氣가 쌓여서 만물을 생하는 곳이니 上地이다)’라 할 수 있는 터였다.

    ‘인간의 길흉’을 판단할 때는 조상의 묏자리와 나고 자란 집터 및 현재 생활하는 곳과 타고난 팔자(八字)를 본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오행(五行)으로는 하늘과 땅이 ‘土의 해’임을 뜻한다. ‘土’는 화합과 중재와 포용을 뜻한다. 혹 균형을 잃게 되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으니 ‘土다운 해’를 보내야겠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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