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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효자의 전설 간직한 이팝나무 꽃- 장성기(창원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18-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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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가난한 선비의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계시다 흰쌀밥을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쌀독에는 한 사람 몫의 쌀밖에 없었다. 내 밥이 없으면 어머니가 걱정하실 것을 고민하던 선비는 마당에 있는 나무에 올라 하얀 꽃을 듬뿍 따서 자기 밥그릇에 담았다 한다. 어머니 밥그릇에는 흰쌀밥을, 자기 밥그릇에는 이팝나무 꽃을 올려 어머니께서 마음 편히 흰쌀밥을 드시게 했다는 얘기다. 꽃이 피면 나무가 온통 하얀색으로 덮여 마치 쌀밥(이밥)과 같다고 해서 이밥나무, 이팝나무로 불리고 있다.

    보릿고개 무렵 하얗게 피는 이팝나무 꽃. 이 꽃을 보며 흰쌀밥을 떠올렸을 우리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지금의 풍족함에도 상대적 빈곤을 논하는 우리 젊은 세대가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다. 풍족함에 익숙해져 사치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올해 황금 개띠 해는 58년생이 환갑을 맞는 해다. 이분들은 6·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시행된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경제발전의 주역이다. 배를 곯으며 부모님께 효를 다했으면서도 어쩌면 자식들에게는 효도를 받지 못하고 쓸쓸히 은퇴한, 은퇴를 앞둔 분들이란 생각이다.

    지금의 창원공단은 이분들이 주인공이다. 불모지에 공단이 만들어져 기계 산업의 중심이 되었고 대한민국의 경제가 불꽃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분들의 땀과 열정, 피와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하얗게 핀 이팝나무 꽃을 보며 지금도 흰쌀밥을 그리워해야 하는 처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가 7살이다. 식당에 가면 공깃밥 하나 달라 한다. 이팝나무 꽃을 보며 흰쌀밥을 생각하겠는가? 아마도 서양인처럼 눈꽃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이제는 흰쌀밥을 그리워하지 않는 풍족한 시대에 사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팝나무 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연말 ㈜예성기공 한림 장재연수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박영견 대표이사 당신이 태어났고 자랐던 생가에 연수원을 지었다. 직원의 창의적인 발상과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서는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효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다. 구순을 넘기신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이 있을까!

    “배고팠던 시절을 생각해 입구에 이팝나무를 심었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에 모과를 심었다”는 박 대표의 말씀에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다. 마침 노모의 생신이 다음 날이었는데 다 함께 부르는 생신 축하 노래가 그 어떤 잔치보다 더 즐거웠고 흥겨웠다.

    참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중 우리 경제발전의 주역은 우리 부모님 세대임이 틀림없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창원산단은 정말 기적과 같다. 이 기적 같은 일 위에 더 큰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차게 출발하는 2018년이 되길 기원한다.

    장성기 (창원국가산업단지 경영자협의회 사무국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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