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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문화를 타파하자- 최낙범(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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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이다. 올 6월 13일에 통합자치선거가 있다. 지방정부의 시장, 군수, 지사, 교육감, 시·군·도의회 의원들을 새로 선출한다. 1991년 지방자치를 시행한 이후 7번째 실시하는 통합선거다. 이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특히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헌법에 보장한다는 개헌에 거는 기대가 크다.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를 부활하고 시행한 지 올해로 28년을 맞는다.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법을 비롯해서 중앙정부가 제정하는 수많은 법령과 지방정부가 제정하는 조례와 규칙에 의해 운용된다. 그동안 분권과 자치제도의 확립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렇지만 제도가 순기능을 하지 못해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치제도는 자치문화가 바탕이 돼야 역기능이 발생하지 않는다. 자치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는 아직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도 감독하는 관치문화가 지배한다. 분권과 자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치문화를 타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표적인 관치 행태는 기관위임사무제도와 그 관행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집행기관인 시장, 군수, 지사, 교육감을 그들의 하급지방행정기관으로 취급하면서 사무를 위임하고 그 집행과정을 관리 감독한다. 주민대표기관인 시장, 군수, 지사 등은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중앙정부의 지도와 감독에 따라 사무를 처리한다. 대의기관인 의회는 기관위임사무를 심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중앙정부는 광역정부인 도의 지사를 지배하고, 지사는 기초정부의 시장과 군수를 지배하는 지방자치 이전의 중앙집권적 관료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방자치 28년의 세월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도의 부지사 등에 국가공무원을 배치하고 있다. 말이 좋아 인사교류 차원이라 하지만 명백히 자치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는 광역과 기초정부의 관계에서도 작용한다. 도 지사는 시·군의 부시장, 부군수 등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도 공무원이 시·군 공무원을 지도 감독하고, 중앙정부의 국가공무원이 도의 공무원을 지도 감독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지도 감독체제는 기관위임사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지방정부의 고유사무라 할 수 있는 자치사무도 기관위임사무처럼 중앙정부의 지도 감독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치를 한다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또 있다. 교육자치를 위해 교육에 관한 집행기관인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그런데 교육공무원들의 신분은 국가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이 지방정부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웃지 못할 일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문재인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그 신분을 국가공무원으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소방공무원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공약한 만큼 지켜야 할 일이다. 소방공무원을 국가공무원으로 한다면 소방사무는 자치사무가 아닌 국가사무로 하고, 중앙정부가 직접 기관을 설치해서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지방공무원이나 국가공무원이나 기본 월급 차이가 없는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가공무원을 선호한다. 243개의 지방정부 공무원은 같은 월급을 받는다. 지방정부의 재정 형편과는 상관이 없다. 이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지방정부는 복종해야 한다. 이런 관치문화에서 분권을 하고 자치를 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일본을 바꾼 제3의 개혁이라 불리는 ‘분권개혁’의 핵심은 기관위임사무제도와 그 관행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교훈을 거울 삼아야 한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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