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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것에 경계를-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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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안 내리기로 이름난 경남에 지난 10일 아침에 눈이 왔다. 적설량이 5㎝를 넘는 지역도 있었지만 대개 2~3㎝의 눈에 교통이 마비됐다. 급히 각 지자체에서 염화칼슘과 모래 등을 뿌리는 등 제설작업에 나섰지만 모든 도로 구간을 일찍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차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갑갑한 상태도 있었고, 걸어서 출근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북부권 산악지역을 제외하고는 경남은 수년간 겨울에 눈이 오지 않았다. 가끔 휘날리는 눈이 있었지만, 출근을 못하거나 접촉사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남의 겨울은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경남에 눈이 없어졌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어디 있겠느냐마는 없어진 게 눈만이 아니다. ‘캬~’, ‘야호’, ‘코수건’ 등 눈과는 상관없지만 몇 가지는 없어졌다.

    ‘캬’는 저도수 술 시장에서 없어진 소리이다.

    퇴근 이후 동료들과 한잔의 소주를 들이켜며 내던 ‘캬’라는 소리가 어느날 찾아온 저도주 시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테이블에 독한 소주잔을 내려놓으면서 고달픈 삶을 우려냈던 그 소리 대신 빈병만 쌓여 간다. 주군(酒軍)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아쉬운 장면이다.

    ‘야호’. 어느날 갑자기 산 정상을 만끽하며 내던 그 소리가 사라졌다.

    늘어난 등산 인구로 ‘야호’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없어졌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사람은 고함소리가 촌스럽게 느껴지고,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전문가 수준이라 동물을 깨우는 소리는 자제한다. 그래서 그런지 ‘야호’라는 말이 없어졌다. 개인적으로나 모두가 만족한 느낌이다.

    ‘코수건’. 초등학교 입학 때는 모두가 왼쪽 가슴에 코수건을 차고 갔다.

    누런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콧물을 수건으로 쉽게 닦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코수건도 어느 땐가 사라졌다.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코수건을 차는 일도 줄어들고 얼마 후 콧물마저 나오지 않았다. 깨끗한 환경에 자동차로 등·하교하고, 아스팔트를 밟으며 사는 학생들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동네 형들 따라다니며 동네마당 어귀에서 짤짜리, 자치기, 비석치기하면서 코 흘리고 손등 갈라지고 했던 우리들로서는 이제 이해를 해야 하는 입장에 섰다. 좌우간 우리 일상에서 몇 가지는 없어졌다.

    하지만 겨울에 눈내림이 없어졌다지만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

    눈 위에서 운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남인으로서는 적은 눈에도 속수무책이다. 교통사고로 사람도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눈이 잊힌 곳에서는 신경을 더 붙들어 매야 한다. 제설작업 등을 발 빠르게 해야 할 공무원 등은 겨울에 눈이 없다고 긴장마저 없애버리면 안된다. 눈이 온 당일, “공무원들은 뭐 하노”라며 자조 섞인 말이 주민들 입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경남은 워낙 눈이 없는 지역이라 택시 영업하기 좋은 지역이다. 하지만 한 번 내린 눈에 온 도시가 마비될 정도를 봤다면 ‘없다’에 경계를 풀 것이 아니라 있을 수 ‘있다’에 경계를 묶었으면 한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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