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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약 남발하는 자 공인(空人) 만들기-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8-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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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이다. 슬금슬금 올라오는 철이다. 1월인데 벌써 아지랑이? 아니다. 존재마저 잊히던 분들이 슬슬 기지개 켜며 아지랑이처럼 얼굴 내미는 철이다. 그동안 ‘내가 나다’며 으쓱이고 큰소리치던 분들의 허리가 많이도 내려간다. 차갑던 눈가에 웃음이 생기고 입꼬리가 실룩이는 철이기도 하다.

    이제 다섯 달 정도 남았으니 꼬리 흔들며 나설 때가 되긴 했다. 이리 말하면 정치 비하라 할 수 있으니 이 정도에서 비꼼을 멈추자. 비꼼의 대상에 얼굴 알리고 자기 소신 알린다며 열심히 뛰고 있는 정치신인들은 제외됨을 반드시 말하고 싶다.

    오늘 현재까지 이번 지자체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힌 사람만 통영시장 9명, 고성군수 10명이다. 이 지역에 와서 현장을 뛰어다닌 지 5년. 근데 후보들 중에 내가 모르는 분들도 있다. 내가 모른다고 남이 모를 것이란 편견은 없다. 지역의 크고 작은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직업이다 보니 일반인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기자의 기억에 정치신인이 아닌데도 이름이 생소하다면 그건 좀 문제다.

    정치권에 반드시 있다는 철새. 이 철새도 두 가지다. 이 당 저 당 왔다 갔다 하는 철새는 그나마 나은 편. 선거가 없을 땐 가만히 있다가 선거철이면 돌아온다. 갑자기 출마를 선언한다. 어떨 땐 뒤통수 맞는 것처럼 띵하다. 출마선언만 하고 출마는 않고는 다시 출마선언을 하는 습관성 출마선언자도 있다. 정말 시민을 위해, 군민을 위해 뭔가를 하겠다는 사명감인지 아니면 자기의 존재감 표현인지 알 길이 없다. 이러니 정치 혐오가 생길 수밖에.

    허망한 출마선언만 정치혐오를 부르는 게 아니다. 정신 차리지 못할 만큼 많은 공약들이 쏟아진다. 또 쏟아질 것이다. 수억원이 없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추운 겨울 맘 놓고 난로를 못 피운다. 수천만원의 전기료가 걱정돼 아이들이 선풍기 틀어 더운 바람 맞으며 공부한다. 그런데 시장 군수 되겠다는 분들은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짜리 공약을 마구 쏟아낸다. 한 시군의 1년 예산에 가까운 수천억원짜리 민자 사업이 등장하고 1조원짜리 공약이 날아다닌다. 솔직히 필요하다는 수천억원의 재원이 제대로 검토해 만들어진 것인지, 안전도 검사는 해본 건지 알 길이 없지만 쏟아진다. 무수히 속았지만 우리네는 또 속는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지난해 국민들은 정의로, 분노로, 행동해 정치를 바꿨다. 정권이 바뀌었다. 여야가 바뀌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정치는 혼돈이다. 바뀐 정치가 잘되고 있다며 박수 치는 분도 있지만 하나도 안 바뀌었다거나 정치권력의 시민 무시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분들도 상당하다.

    이제는 냉정함으로 정치를 봐야 할 선거의 시간이 다가온다. 표로 행동해야 하는 시간이다. 정치가 싫다고 무시하는 것은 묵인이다.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 흑인 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은 묵인의 나쁨을 말했다. 그는 “불의로 가득 찬 사회적 시스템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 시스템에 암묵적으로 공조하는 것이다. 불의와 사회적 분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억압자들에게 그들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맞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의에 대한 묵인은 편리할지라도 도덕적이지 못하며 그것은 용기 없는 자들의 길이다”고 했다. 마틴 루서 킹의 일갈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공허한 말로 시민을 군민을 속이려 드는 후보들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들의 비어 있는 약속인 공약(空約)을 묵인해선 안 된다. 우리는 그런 자들을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공인(空人)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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