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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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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연극인에서 바리스타 변신 윤덕현 씨

통영만의 커피맛과 문화 찾는 윤덕현 통영 커피로스터스 수다 대표
고향서 커피 볶고 꿈도 볶으며 ‘문화 수다’ 떠는 남자

  • 기사입력 : 2018-01-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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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와 작은 배가 함께 넘실대는 통영 강구안 맞은편, 편의점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백석의 시들이 나붙어 있는 강구안 골목이 나온다. 이 골목은 통영 젊은이들이 되살렸다.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연구소, 카페와 옛 액자집, 밥집이 한데 어울려 있는 이곳은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들면서 통영의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쉰다. 통영 커피로스터스 수다도 이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골목에서 커피콩과 문화를 볶아나가고 있는 윤덕현(42) 대표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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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현 통영 커피로스터스 수다 대표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과학콘서트 팸플릿을 들고 수다에서 열리는 다양한 공연과 강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강용기자/

    ◆연극인에서 바리스타까지

    그의 첫 직업은 연극인이었다. 경상대학교 연극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 배우생활을 했고, 졸업 후 진주의 극단 현장에 들어가 활동했다. 연출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의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8년간의 배우 생활을 끝내고서 통영에서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기관에서 일을 했다. 고향 통영에서의 문화 공간을 꿈꾼 건 이때부터였다. 매주 토요일 진주에서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커피를 배우기를 1년, 커피를 잘 마시지도 않았던 그가 커피의 세계에 점차 눈을 뜨기 시작했을 때는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어느 정도 커피를 익힌 후에는 이름난 로스터리 카페를 하나둘 찾아다녔다.

    “원래 저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는데, 커피를 배우면서 뚜렷해졌죠. 찾기 어려운 어느 골목의 구석진 곳에 있더라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서 커피의 힘, 카페의 힘을 느꼈어요. 어떤 사람이라도 와서 ‘수다’를 쏟아놓고 가고, 한 잔을 마셔도 맛있게 마시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낙지볶음집이었던 이곳은 붉은 벽돌과 아치형 창문 너머로 역사 깊은 강구안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로스터리 카페로 태어났다. 2015년, 빼어날 ‘수’에, 차 ‘다’ 빼어난 커피집, 커피로스터스 수다의 시작이다. 이제는 강구안 골목 누군가의 단골 커피숍은 물론, 통영 여행자들에게도 인기있는 명소가 됐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고, 누가 무슨 커피를 좋아하는지도 꿰고 있다. “아버님 드시는 거 평소 그대로 드릴까요? 설탕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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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현 통영 커피로스터스 수다 대표. /전강용기자/



    ◆음악·책·강연있는 문화 카페

    수다에서는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예술인이었던 윤 대표의 관심이 무용과 음악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있는 덕, 혹은 탓이다. 골목에 위치한 카페에서 다양하고 풍성한 공연들이 열리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웃과 지역민들을 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예향 통영에선 바라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통영국제음악제 때 프린지 공연을 펼쳤던 타지 아티스트들이 있었는데, 저희 가게를 자주 찾아 친분을 쌓으면서 첫 공연이 성사됐어요. 그 친구들이 다른 팀에게 알려주고, 도내 뮤지션들에게까지 소개해 주니 네트워킹이 되더라고요. 2년간 꾸준히 공연을 하다 보니 이제는 다 친구가 됐어요.”

    이제는 언제 공연이 열리는지 먼저 물어오는 고정 관객들도 생겼다.

    콘서트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책 ‘바람커피로드’를 쓴 이담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듣는 커피콘서트도 열렸으며 석학들을 초빙한 과학콘서트도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밥장’과 친구들이 만든 ‘믿는 구석 통영’, 과학책방 ‘갈다’가 만든 ‘통영, 과학자를 만나다’는 저명한 과학자들을 모셔 과학에 대한 재미난 지식들을 전해주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세상물정의 물리학’을 쓴 물리학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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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현 통영 커피로스터스 수다 대표. /전강용기자/



    ◆통영의 젊은 목소리로

    공연은 사람을 한데 모았다. 콘서트가 열린 후 뒷풀이에서 100년 된 추용호 소반장의 공방 철거 위기, 강구안 개발사업 등 통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이 튀어나왔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깊이 이야기를 나누다 하나로 뭉쳤다. 통영의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문화연대 ‘통로’다. ‘통영에서 길을 찾자’는 뜻으로 모인 통영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거북선호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올라봉카페, 버거싶다, 이중섭식당, 고양이샘책방, 그리고당신의이야기책방, 바다봉카페 대표 등이 뜻을 모았다. 지난 10월 통영시청 프레스룸에서 강구안 개발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공론화장으로 이끌었다.

    “노후화된 곳이 많다 보니 개발 덩어리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보존할 것은 보존해야 미래에 우리 통영사람들이 쓸 수 있는 먹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투쟁과 반대를 앞세우는 운동도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통영의 문화자산을 공부하고 부드럽게 풀어내면서 목소리를 제때 내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지키려는 통로는 오는 20일 창립총회장에서 그 정체성과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로고 상품 판매 등 수익사업을 통해 문화사업에도 재투자하는 등 다양한 일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획일화된 먹거리·관광지 말고 다양한 현재가 살아있는 통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옛 문화를 기반 삼아 직접 행동으로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

    “‘통영’ 하면 천혜의 자연환경, 기후조건, 문화자산과 예술인들이 떠오르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문화인들이 넘쳐나던 그런 시절은 아니에요. 계속 과거 이야기만 꺼내들고 문화적 관광지라고 하지만 통영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다양성은 젊은이들이 사라져 오히려 빈약하지요. 지금의 통영도 중요하니 골목 골목 현시대 젊은이들의 자산이 펼쳐진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뼈대는 통영의 옛 문화자산들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보존하려 하는 겁니다.”

    커피로스터로서도 하고 싶은 일은 같았다. 지역의 색이 묻어나는 오래된 양조장 같은 곳이 되어 ‘통영 커피’가 될 수 있는 커피를 만들어 내는 것.

    “이 동네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커피, 로컬브랜드 같은 커피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것도 일종의 문화네요. 디자인도, 이야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글=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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