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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8) 빛공해

빛의 역습… 화려한 야경에 동식물·사람도 괴롭다
조명영역 밖으로 과도한 빛 누출 ‘빛공해’
야행성 동물 소실·농작물 수확량 감소

  • 기사입력 : 2018-01-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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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불빛은 한때 도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도심의 가로등과 조명간판은 이제 밤하늘의 별을 가리고, 생태계 교란을 우려해야 할 만큼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밝은 조명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동식물은 물론 인간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지자 빛공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 국제 공동연구팀이 전 세계 빛공해 실태를 연구·분석한 결과, 한국은 국토의 89.4%가 빛공해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2위였다.

    ◆빛공해란?= 지난 2013년 제정된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은 빛공해를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비추고자 하는 조명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공조명은 가로등·보행등·도로조명 등 공간조명, 장식조명, 광고조명 등을 말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빛공해의 구체적인 개념은 <그림1>과 같다. 광원으로부터 나온 누출광이 조명 영역을 벗어나 노출되면서 ‘밤하늘의 밝기’, ‘불쾌한 눈부심’, ‘동식물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빛공해의 종류는 조명이 의도치 않은 곳까지 침투해 피해를 입히는 ‘침입광(장해광)’, 강렬한 빛에 시각이 마비되거나 불쾌감을 주는 ‘눈부심’, 한 장소의 과도한 조명으로 혼란스러움을 유발하는 ‘군집된 빛’, 위로 누출된 빛이 대기 중의 수증기·먼지 등에 의해 확산되면서 하늘이 전체적으로 밝아져 육안으로 별을 관찰하기 어렵게 하는 ‘산란광’ 등 4가지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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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등과 건물들 불빛이 밝게 빛나고 있는 창원시 야경./경남신문DB/



    ◆빛공해의 여파= 이 같은 빛공해는 인간의 건강과 활동, 생태계, 농작물 등 여러 영역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집 안을 뚫고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과 TV·스마트폰의 밝은 화면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이 적지 않다. 의학계는 생체리듬의 균형이 깨지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불면증, 비만, 당뇨, 우울증 및 조울증, 계절성 정서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암 발병률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빛공해, 생활리듬 교란과 현대인의 건강’ 심포지엄에서 이은일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빛공해 지역과 유방암 환자 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빛공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에 사는 여성들의 유방암 유병률이 가장 낮은 지역보다 최대 24.4% 높았다’고 주장했다.

    하늘을 밝히는 산란광은 천체 관측을 방해한다. 조명이 많은 도심에서 별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빛은 곤충, 어류, 가축, 조류, 야생식물 등의 이동과 생식·육성에 영향을 주는 탓에 야행성 동물 소실, 생리 불순 등에 따른 개체 수 감소의 위험도 크다. 벼, 보리, 밀, 콩, 참깨, 들깨 등 농작물은 야간조명에 의해 수확량이 감소키도 한다. 벼의 경우 야간조명에 의해 출수(이삭이 나오는 것)가 지연되고 심하면 출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한다.

    ◆늘어가는 빛공해 민원= 전국적으로 빛공해 민원은 지난 2012년 2859건, 2013년 3210건, 2014년 385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남지역 역시 2012년 276건, 2013년 280건, 2014년 314건, 2015년 460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 기간 도내에 접수된 민원은 공간조명에 의한 것이 1264건(9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장식조명 39건(2.9%), 광고조명 23건(1.7%) 순이었다. 원인별로는 농작물 피해가 849건(63.8%)으로 가장 많았고, 수면방해 413건(31.1%), 생활불편 62건(4.7%), 그리고 운전방해·보행방해·영업방해 등 기타가 6건(0.4%)으로 집계됐다.

    각 시·군별로는 밀양(308건)과 사천(361건), 거창(316건)에서 빛공해 민원이 가장 많았다. 이들 지자체의 경우 농작물 성장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많았고, 양산(35건)·김해(53건)·창원 (22건) 등 도시지역은 주거지 침입광에 대한 민원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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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의 빛공해 실태는?= 경남도가 용역의뢰해 경남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 2016년 도내의 빛공해 실태를 조사·발표한 ‘경상남도 빛공해 영향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 기준 구글의 ‘Light Pollution Map’상에 농촌이 많은 서부경남보다 도시가 많은 동부경남의 빛방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센터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도내 18개 시·군의 가로등·보행등·공원등과 같은 조명등 2041개소를 선정해 상향광 유무를 조사했다. 상향광은 조명의 90도 이상 방향으로 불필요하게 누출되는 빛이다. 조사 결과인 <표1>을 보면 불빛이 조명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양호’ 수준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1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통·미흡 등 조명영역을 벗어나는 조명등의 비율은 평균 88%에 달해 대부분이 상향광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16개 시·군의 2392개소에서 광고·장식조명을 대상으로 휘도(밝기)분포를 조사한 결과, 장식조명의 경우 9개 지자체에서 휘도 기준 초과율이 100%로 집계돼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조명은 평균 기준초과율은 24%로 비교적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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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돼야= 빛공해의 우려는 크지만 현행법상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지정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이를 제재키 어렵다. 전국적으로 1~4종으로 구분되는 조명환경관리구역에서 인공조명이 법적 기준을 초과하면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이를 지정한 지자체는 서울과 광주, 인천 3곳에 불과하다.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은 도지사 권한으로, 빛공해 방지조례 제정 → 빛환경 실태조사 실시 → 빛공해 환경영향평가 실시 →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순의 절차를 따른다. 현재 경남도는 지난 2016년 12월 ‘경상남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했고,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듬해 환경영향평가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3월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제하는 심의기구인 경남 빛공해 방지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지정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지정된 곳은 광역지자체로 도 단위는 아직까지 없다. 광역시와 달리 도에는 농촌지역이 많아 조명시설이 한 곳에 집중적으로 있지는 않아 도의 실정에 맞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 시·군의 의견을 들어 가장 빛공해가 심한 지역에서부터 올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하고, 향후 보완하며 점진적으로 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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