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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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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천연기념물 제1호와 동수비보

  • 기사입력 : 2018-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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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두사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두사충은 시인 두보(당나라 때 시인으로 중국의 최고 시인)의 후손으로, 두보의 21세손이다. 우리에게는 풍수의 대가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옛 묏자리를 소점(所點·터를 잡아줌)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몸져누운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간호하던 효성스런 아들이 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송이버섯죽이 먹고 싶다고 하자 엄동설한에 산이란 산은 다 뒤지면서 헤매는데, 아들의 정성에 하늘이 감복하였는지 눈 덮인 큰 소나무 밑에서 버섯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들은 버섯을 품안에 꼭 넣고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채 한걸음에 달려가 어머니께 죽을 끓여드렸다. 버섯죽을 드신 후 어머니는 기력을 회복하여 병이 완전히 낫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효행 이야기의 주인공은 두사충의 7세손인 두한필이다. 모명재 서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효자각이 바로 명정각(命旌閣·대구광역시 수성구)으로 두한필의 효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조정에서 내린 ‘정려(旌閭·충신, 효자, 열녀 등을 그 동네에 旌門을 세워 표창하던 일)각’이다. 두한필이 세상을 떠난 후 조정에서는 이 같은 정려와 함께 종3품에 해당하는 ‘통훈대부 규장각직각(通訓大夫 奎章閣直閣)’이란 벼슬을 증직(贈職·충신, 효자, 학식이 높은 사람 등에게 죽은 뒤에 품계, 관명 등을 높여주는 일)하고 그의 효행을 기렸다. 도로변에 위치한 명정각은 흙과 돌로 담장을 하고 상단은 기와로 마감을 해 소담한 모습을 갖추었다. 앞에는 도로(물)가 있고 뒤는 산의 정기를 이어 내려온 산진처(山盡處·산의 끝부분)로서 지기(地氣)가 좋은 평온한 자리에 있다.

    전남 목포시 남농로에 위치한 ‘갓바위(천연기념물 제500호)’는 과거 화산재가 쌓여서 생성된 응회암과 응회질 퇴적암류들이 오랜 시간 동안 암석의 자연적인 풍화작용을 통해 형성되었다. 상단부의 갓 모양과 그 하부에 움푹 파인 풍화혈(風化穴) 등의 모습으로 인해 마치 삿갓을 쓴 사람 같다.

    옛날에 소금을 팔아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가는 아들이 있었는데, 가세가 궁핍하여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부잣집에 머슴으로 일을 하러 갔다. 하지만 주인이 품삯을 주지 않아 빈손으로 한 달 만에 집에 와보니 아버지는 이미 싸늘한 육신과 함께 숨이 꺼진 상태였다. 아들은 저승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고 바다를 건너다 그만 실수로 깊은 바다에 관을 빠뜨려버렸다. 자신의 불효를 통회하며 하늘을 바로 볼 수 없다 여겨 갓을 쓰고 죽었는데, 훗날 아들이 죽은 그 곳에 두 개의 바위가 솟아올라 사람들은 큰 바위를 ‘아버지바위’라 하고 작은 바위를 ‘아들바위’라 불렀다. 아마도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면서 효성이 깊은 아들은 더욱더 슬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갓바위와 접한 뒤쪽은 산이며 앞쪽은 망망대해인데, 기쁠 때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한없이 정다워 보이지만 슬플 때는 오히려 우울한 감정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풍수적으로 바다는 굉장히 경계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따라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마찬가지로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상시 거주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대구광역시 동구 도동에는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측백나무 숲’이 있다. 조선 초기의 대학자 서거정 선생이 대구의 경치가 좋은 열 곳 중 제6경이라고 한 북벽향림(北壁香林)이다. 천연기념물을 처음 지정할 당시에 측백나무가 집단으로 자라는 곳으로는 가장 남쪽이며, 묘지의 둘레나무로 심는 등 측백나무 쓰임의 귀중함을 감안하여 1962년 제1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1200여 그루의 측백나무가 굴참나무, 느티나무, 굴피나무, 물푸레나무 등과 같이 자라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나이가 수백 년에 이르나 대체로 키 4~5m, 줄기지름 10㎝ 전후이며 흙이 별로 없는 바위산 군데군데에 심어져서 마을로 부는 흉풍을 막아주며 바위산의 살기(殺氣)를 차폐시키는 동수비보(洞藪裨補·나무가 흉풍과 살기 등을 막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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