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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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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60) 제22화 거상의 나라 20

‘이제는 브랜드를 팔아야 돼’

  • 기사입력 : 2018-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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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의 몸은 부드럽게 풀어져 있다. 여자의 몸은 사랑을 나누기 전과 사랑을 나눈 뒤가 다르다.

    “맛있어?”

    산사가 애교를 부린다.

    “응. 산사가 최고야.”

    산사에게 속삭여 주었다. 산사가 기꺼운 표정이 되었다. 양쪽 볼에 보조개가 패고 눈가에 웃음기가 감돈다.

    쏴아아.

    밖에서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겨울비라 더욱 청승맞은 기분이 든다.

    “또 사랑하는 거야?”

    “밖에 비오잖아?”

    비가 오면 사랑에 집착하는 여자가 있다. 김진호는 산사와 두 번째 사랑을 나누었다. 산사는 그때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산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진호는 눈을 뜨고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산사와 두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북경의 변두리, 가난한 서민들이 살고 있는 거리가 비에 함초롬이 젖고 있었다. 중국은 인구가 15억이나 되는 큰 나라다. 각 성(省)별로 통하면서도 통하지 않는 것도 많다. 계약도 성별로 달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청바지를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유행을 타면 무서운 불길이 되어 번진다. 청바지가 유행을 타면 천 벌이 문제가 아니라 수천만 벌을 팔 수도 있다.

    옛날에 한국에는 Lee 상표의 청바지가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70년대에 한국에서 팔린 청바지는 대부분 가짜였다. 중국은 지금 짝퉁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가짜가 많다. 게다가 시대가 달라져 청바지를 입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제는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팔아야 돼.’

    중국은 싼 제품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브랜드를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대중을 잡으려면 중저가 제품이 필요해.’

    특히 10대들이 스스로 옷을 사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고르고, 그들이 값을 치르는 수준의 옷이 필요했다. 청바지도 중요하지만 10대들이 입는 셔츠나 남방, 바지, 스커트를 그들의 기호에 맞춰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도 중저가 시장을 개척하여 20년 만에 재벌로 성장한 사람이 있다.

    창문을 살짝 열고 담배를 피웠다. 담배 연기가 파랗게 흩어진다.

    ‘북경에는 짝퉁시장인 수수가 시장과 홍교 시장이 유명하다.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이 한때 짝퉁 시장으로 유명하지 않았는가?’

    중국의 짝퉁 시장도 언젠가는 변할 것이다.

    중국의 연예인들이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옷을 구입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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