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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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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오랜 간절함과 노력이 나를 문학으로 이끌었다

  • 기사입력 : 2018-01-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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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춘문예 시즌에 돌입하면 전국의 문학 지망생들은 몸살을 앓는다. 문단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럿 되건만 신춘문예가 주목받는 것은 ‘신춘문예’가 주는 무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신춘문예 열병을 심하게 앓은 이들 가운데 단 다섯 명이 올해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오랜 간절함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문학에 출발선에 선 이들을 만나 그들의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10일 오후 문단에 얼굴을 갓 내민 샛별들이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경남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당선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험난한 관문을 통과한 행운의 주인공들은 칼을 벼르듯 펜촉을 갈아온 이들답게 들뜨지 않고 차분하고 평온한 자세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공의 당선자들은 당선 통보를 받을 당시의 마음과 앞으로의 목표 등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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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창원시 의창구 용지문화공원을 걷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숙(수필), 박선영(시조), 유하문(시), 김지원(소설), 김지연(동화) 당선자. /김승권 기자/



    ◆정민주 기자= 올해 신춘문예는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는데요, 영광의 얼굴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펜을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동기로 문학에 첫발을 디디게 되셨나요?

    △김지원(소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같은 반 친구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반했던 거였죠. 그 친구는 쉬는 시간만 되면 늘 책을 읽었어요. 어린 제 눈엔 그 모습이 어찌나 예뻐 보였던지 저도 저렇게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후 용돈을 받으면 책을 한 권씩 샀어요. 서점에 가면 몇 시간씩 둘러보며 책을 골랐죠. 그러다가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어요. 중학교 3학년 때 하이틴 소설을 두 편 써서 친구들한테 보였는데 재밌다더군요. 신이 났던 것 같아요. 글 쓰는 게 재밌었거든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작가가 되기로 진로를 확고히 정했어요.

    △유하문(시)=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 노트에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돌려보게 했는데, 선생님이 그 만화를 보고 혼내지 않고 “넌 앞으로 작가가 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이 문학을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글을 통해서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인데요,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할머니의 삶을 글에 내밀하게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지연(동화)= 저도 비슷한데요, 어려서부터 좋아하고 남에게 잘한다고 인정받은 일이 글쓰기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많이 읽다 보니 쓰는 것에도 자신이 생긴 거 같아요. 저에게는 동화를 쓸 만한 순수한 감성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들이 지금의 자양분이 돼주는 것 같습니다.

    △박선영(시조)= 전 문학소녀를 꿈꾸던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시어머니께서도 시조로 등단한 시인이시거든요, 그래서 작품활동을 이해하고 독려해주셨어요. 칭찬을 받다보니 진짜 내가 잘하나 싶은 마음에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신춘문예까지 문을 두드리게 됐네요. 친정 어머니 김귀숙 여사와 시어머니 서옥선 여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현숙(수필)= 저는 3년 전 우연히 시작한 수필이 계기가 됐죠. 문학이 뭔지 잘 몰라도 그냥 글 쓰는 게 재밌더라고요. 재미가 있으니 관심이 덩달아 생기고요. 읽고 쓰는 그 ‘반복의 힘’이 제 글쓰기의 동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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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창원시 의창구 용지문화공원을 걷고 있다.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지연(동화),김지원(소설), 유하문(시),김현숙(수필), 박선영(시조) 당선자. /김승권 기자/


    ◆정민주= 사시는 곳이 다양한데, 경남신문에 투고한 계기가 있나요? 당시의 소감이 어땠나요?

    △김지원= 22살 되던 해부터 신춘문예에 계속 도전했어요. 십여 년을 투고한 건 여느 문학도들처럼 신춘문예 당선을 꿈꿨기 때문이었죠. 신문사 신년호에 작품이 발표되는 판타지 같은 것도 있었고요. 계속 안되니까 내려놨었는데요, 갑자기 다시 도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가장 가까이 있는 경남신문에 문을 두드렸어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당선이 돼서 얼떨떨했어요. 사실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요(웃음). 제가 겨울만 되면 신춘문예 원고를 신문사에 보내다 보니 단골 우체국까지 생겼는데요, 직원 분이 당선되면 꼭 알려달라고 했는데 가봐야겠어요.

    △박선영= 우체국 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유모차를 끌고 아이랑 신춘문예 원고를 보내러 우체국을 갔다오는데 너무 춥더라고요. 그 우표값으로 어묵이나 사먹을걸 그랬나 싶었는데 안 사먹길 잘했네요(웃음). 저는 고향이 창원이라서 어릴 때 용지공원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자주 참가했는데요. 시상이 떠오르지 않으면 항상 경남신문 사옥 건물을 보곤 했어요. 문학이 근본된 곳에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창원에 있는 경남신문에 원고를 보냈죠.

    △유하문= 전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 따뜻한 촛불이 떠올랐습니다. 생면부지인 나의 시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다가왔거든요.

    △김지연= 통영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자연스레 경남신문에 투고를 하게 됐어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라 정말 많이 놀랐어요. 작가라는 이름을 부여받았으니 더 기쁘고 무겁게 글을 쓰겠습니다.

    △김현숙= 2017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인 ‘반쪽 지구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신춘문예 당선작들과 달리 시선도 관점도 신선했고요, 사회적인 시선도 고무적이었어요. 그때 받은 기운이 오래 남더라고요. 그리고 경남신문에 대한 이미지가 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당선 전화를 받을 때 영화처럼 수화기 너머 소리가 웅웅거리고 잘 안들리더라고요. 당선 전화는 귀를 멀게 한 대신 사람 마음을 살려놓던데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정민주= 응모작품에 대한 소개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김지연= 다세대빌라에서 자취할 때 위층에 사는 아이가 계속 리코더를 부는 거예요. 처음엔 시끄러워서 화가 나더라고요, 나중엔 저 아이는 왜 밖에 나가서 놀지도 않고 혼자 리코더만 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궁금증을 풀어간 작품이 ‘리코더 부는 아이’입니다.

    △박선영= 모유 수유에 관한 내용인데요, 첫 출산을 하고 새벽 수유를 할 때, 졸음을 이겨내려고 은사님의 저서 ‘우수의 지평’과 ‘이우걸 평론집’을 정독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만 가질 수 있는 느낌을 간직하려고 시조로 쓰게 됐어요. 일년 반 정도 묵혔다가 둘째를 낳고 난 뒤 읽어봤는데 괜찮아서 긍정적인 미래를 기약하는 의미를 덧붙여 신춘문예에 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작품상으로는 제가 고달픈 직장생활을 하는 워킹맘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당시 회사에서 주는 육아휴직 혜택을 받고 있었어요. 저의 상황보다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임을 꼭 밝히고 싶습니다.

    △유하문= 저도 시대를 반영한 글을 썼는데요, 지난겨울 서울로 올라가서 촛불 집회에 몇 번 참석했거든요. 그때 빛나던 불빛이 마치 고향(청산도)에 있는 등대 같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시를 쓰게 됐습니다. 심사평에 ‘경험이 녹아든 시’라고 써주셨는데 실제로 고향이 섬이고 아픈 경험도 있으니 저도 무척 공감한 평가였어요.

    △김현숙= 2년 전 가을 우연히 앞을 걸어가는 꼬마를 보게 됐는데, 그 꼬마아가씨 하는 짓이 예뻐서 길을 가는 내내 지켜봤어요. 아무 걱정 없이 나폴거리며 뛰듯, 춤추듯, 걷는 그 꼬마가 괜히 부럽더라고요. 자유로워 보이는 걸음과 가벼운 몸짓, 심지어 등을 획 돌려 나를 보기까지 하는 아이를 보면서 잠깐이지만 내가 가는 이 길을 돌이켜본 것 같아요. 그날의 단상을 일기로 남겼다가 쓴 글이 행운의 당선작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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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주= 앞으로 어떤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김지연= 단편동화들은 감성적인 게 많았는데요,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장편동화를 쓰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이 힘들어하잖아요, 깔깔깔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동화를 쓸게요. 신춘문예 당선발표가 나고 처음으로 원고 청탁이라는 것을 받아봤거든요. 동화뿐 아니라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김현숙= 그냥 지금처럼 성실하게 글을 쓰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허술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한 제 자신이 제일 무서운 독자라고 생각하고 쭉 글을 쓸게요.

    △박선영= 당선 후에 출산과 수유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공감을 보내줬어요.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분들에게 조금이나가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사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어서요, 감동을 느끼는 독자들을 만나면 사실 더 긴장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작은 위로와 공감을 위한 글들을 계속해서 쓸 겁니다. 세상으로부터 전해받은 소중한 느낌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환원하고 싶어요.

    △유하문= 전 문학은 ‘실패한 삶의 서정적 미화하기’라는 말에 동의해요. 실패하지 않고 어찌 문학을 하겠어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려는 ‘솔리다리테’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문학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평생 등만 보고 산다”고 하소연하는 아내를 위해서 더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김지원= 꼭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건 아니고 그때그때 나를 사로잡는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사람의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듯이 그 감정의 변화에 따라 제 글의 주제와 경향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제게 중요한 건 꾸준히 쓰는 거예요. 어떻게든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쓸 겁니다.



    ◆정민주=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김지원= 시간이 금방 갔네요. 공감대를 형성할 문우를 만나게 돼 반가웠어요.

    △김지연= 경남신문과 다시 인터뷰할 수 있도록 좋은 글 쓰겠습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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