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시로 풀어낸 상처, 고통, 환희, 기쁨

김시탁 시인 ‘어제에게 미안하다’ 펴내
네 번째 시집… 가을소묘 등 4부작 구성

  • 기사입력 : 2018-01-19 07:00:00
  •   

  • 툭툭 던지는 듯한 화법으로 시의 행간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김시탁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어제에게 미안하다’를 펴냈다.

    김 시인의 일상 속 말투처럼 시적 화법도 화려한 수식 대신 직설적이다. 비유와 알레고리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풀어놓는 시를 전개한다. 그럼에도 무미건조하지 않다. 화학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아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처럼 담백하고 진득한 게 특징이다. 덧대고 못질하는 일상이라든가, 농토를 가꾸는 현장의 소소한 성가심 같은 것이 체험과 상상의 결합으로 제시돼 마치 나의 이야기인 양 다가온다. 어려운 시에 지친 독자들을 위해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히는 시를 짓겠다 마음먹은 시인의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집은 1부 ‘가을소묘’, 2부 ‘손을 잡는 일’, 3부 ‘분주하다’, 4부 ‘어제에게 미안하다’로 구성돼 있다.

    메인이미지

    김 시인은 덜 미안하고 싶어 이 책을 냈노라 말한다. 어제에게, 아내에게 미안하고 네 번째 시집에게 미안하다고 읊조린다. 여물지 못한 곡식을 거두는 죄스런 심정이란다. 그렇지만 남은 세월이라도 박박 문질러 덜 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책에서 “가진 손이 없는 손을 어루만지고/젖은 손이 거친 손을 서로 포개면/각진 마음도 세상 모퉁이도 둥글게 된다/서로 눈길을 주며 손을 잡자//미안하다 힘내라 사랑한다고/불끈 힘을 주며 손을 잡아보자//손은 잡는 일은 밝고 따뜻하고 거룩해서/사람 사이로 길을 내는 일이다/살맛 나는 세상의 창을 닦는 일이다”고 잠재적 희망을 지닌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를 괴롭혔습니다/날마다 괴롭혔습니다/죽일 놈이라고 욕하고 침을 뱉았습니다//시간을 무자비하게 살해했습니다/닥치는 대로 목을 졸라/질식시켰습니다//달의 뒤태에 음심이 발동했습니다/벚나무 등치를 부둥켜안고 비비다가/결국 억새밭에 사정을 하고 말았습니다//들고양이에게 돌을 던졌습니다/뜨거운 물을 퍼붓고 싶었습니다/화상당한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외면했습니다//산꼭대기에 올라 울었습니다/소나무 가지에 목매달며 울었습니다/흙냄새를 맡으며 또 울었습니다 -‘고해성사’ 전문-

    시인은 시 제목처럼 고해성사를 하듯 이번 책을 써 내려간다.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큼 엄청난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세상의 유혹에 싸워 이기려는 몸가짐을 드러내는 시다. 진리의 빛과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다짐 같은 시들로 채워져 있다.

    메인이미지
    김시탁 시인

    책에는 김시탁 시인을 지척에서 지켜보는 문우들이 그의 시를 평가하며 작품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성선경 시인은 “쉽게 타협하지도 않고 쉽게 자만하지 않는 그의 통렬한 자기반성은 많은 이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월춘 시인은 “그의 시는 상처와 고통, 환희와 기쁨을 때론 정감 있는 언어로 풀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희화화하며 시 읽는 재미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2001년 ‘문학마을’로 등단했으며 시집 ‘아름다운 상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술 취한 바람을 보았다’를 펴냈다. 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과 경남 올해의 젊은 작가상, 창원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창원문협 회장을 지내고 창원예총 회장을 맡고 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