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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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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머피의 법칙- 김재명(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장)

  • 기사입력 : 2018-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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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 속에는 다양한 일들이 발생한다. 그런데 유독 일이 꼬일 때는 머피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 법칙은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오히려 점점 꼬여만 가는 현상을 이르는 말로 특히 우연히 나쁜 방향으로만 일이 전개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큰맘 먹고 세차하니 비 내리고, 다 된 밥에 코 빠지고, 죽 쑤어 개 주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장고 끝에 악수 두고, 잘하려고 챙겼더니 오히려 일은 더 틀어지고, 가는 날이 장날이고.

    이런 일들이 왜 생길까? 오늘날처럼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업무에 쫓기고, 바쁜 나날들 때문에 생긴 것일까?

    그렇다면 과거 단순하던 농경시대의 사람들은 격양가나 부르며 살았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례를 보자. 이규보 선생은 약 900년 전 고려 중기의 문신(1168~1241년)으로 재상까지 지낸 분이다. 거문고와 술을 매우 좋아하셨지만 ‘동국이상국집’이란 빼어난 문집을 남기셨다.

    특히 여기에 수록된 동명왕편은 장편의 민족 서사시로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분이 재미있는 글을 남기셨는데 옮겨본다. “인간 세상 자질한 일조차 고르지 못하여, 문득 마음에 어긋나 뜻과 맞지 않구나. 풍년에 집이 가난할 때 처가 구박하더니, 노년에 녹봉이 많아지자 기생이 따르네. 외출하려 들면 장맛비 내릴 때가 많더니 한가히 앉아있는 날은 늘 날이 갠다네. 배불러 그만 먹으려 하면 양고기가 생기고, 목이 아파 술을 피하려면 큰 술잔이 이르네. 가진 보물을 싸게 팔고 나면 값이 오르고, 묵은 병 낫자마자 이웃에 의원이 이사 오네.”

    아무리 읽어봐도 영락없이 머피의 법칙이 일상에서 나타나는 사례들이다. 결론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일상들이 우리네 인생이다. 누구 말처럼 이것 저것 겪으며 사는 것이 인생이고 이런 대로 저런 대로 세상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유유자적하되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으려는 노력만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재명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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