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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목숨값- 이종훈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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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에 등장하는 효녀 심청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 심청이가 몸을 던진 대가로 받은 것은 공양미 삼백 석이다. 공양미 삼백 석은 4만3200㎏으로 환산된다. 요즘 같으면 20㎏짜리 쌀 2160포대이며 가격으로 환산하면 8000만~1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팔 수 없는 것이 목숨인데 심청이 같은 자식이 현실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여러가지 사고로 사망하면 돈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월수입 300만원을 받는 30세의 경우 유족이 받을 수 있는 돈은 위자료, 수입상실액 등을 환산해 5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60세가 넘은 무직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80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젊었느냐 늙었느냐, 장애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목숨값이 달라지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대한민국 군인의 목숨값이다. 순직한 군인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는 선진국과 달리 ‘군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 제29조 2항에는 군인과 경찰 등의 국가배상 청구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베트남전에 파병한 군인들이 국가의 보상금 외에 별도의 배상금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1967년에 국가배상법에 명시됐다.

    ▼이후 1972년 유신 헌법에 ‘이중배상 금지’를 넣고 경찰도 추가됐다. 이듬해엔 예비군까지 대상에 들어갔으며 45년째 존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병역의무를 신성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느 군인이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 문재인 정부에서 개헌이 추진되고 있다. ‘이중배상 금지’ 조항 삭제는 당연하리라 여겨진다. 목숨의 가치가 달라서는 안 된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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