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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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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수술 상처 남기고 싶지 않다면…

경구 갑상선 로봇 수술
아랫입술 안쪽 점막에 1㎝ 미만의 구멍 내 수술
목 흉터 걱정하는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적합

  • 기사입력 : 2018-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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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몸에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받은 종합검진에서 갑상선암이 진단된 A씨(40·여). 암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위치가 기도와 가까워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술 후 목에 남게 될 흉터와 목소리 변성과 같은 합병증에 대한 걱정으로 쉽게 수술을 결심할 수 없었다.

    우연히 입안을 통해 흉터 없이 갑상선암을 제거할 수 있는 수술법에 대한 소식을 접해 수술받은 결과 갑상선암은 완전히 제거됐고, 입안 흉터는 몇 주 후 사라졌으며, 목소리 변화와 같은 별다른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년 새롭게 발생한 갑상선암 환자 수는 2만5029명으로 위암, 대장암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갑상선암은 2009년부터 6년 동안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에서는 유방암과 대장암을 제치고 여전히 1위에 오를 정도로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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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진들이 로봇 수술기 ‘다빈치Xi(da Vinci Xi)’를 이용해 갑상선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갑상선암은 폐암, 위암, 대장암 등 다른 암종에 비해 비교적 수술적 치료로 인한 예후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수술 후 발생하는 합병증이나 상처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기존의 전통적인 수술은 목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최근에는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목에 상처를 내지 않고도 갑상선암을 제거할 수 있는 로봇이나 내시경을 활용한 수술법이 각광받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 패러다임의 변화…최소 절개로 흉터와 통증 줄여 = 기존의 전통적인 갑상선암 수술법은 목의 정면에 5~6㎝ 정도의 절개를 해야 한다. 상처가 잘 아무는 경우 얇은 실선 정도로 흉터가 남아 정상적인 목주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흉터의 표면이 불규칙한 비후성 반흔이나 캘로이드성 반흔이 나타나는 경우 도드라지게 눈에 띄게 된다.

    이러한 전통적인 수술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목에 상처를 내지 않는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됐다. 겨드랑이 부위에 6㎝ 정도 절개를 통해 갑상선으로 접근하는 액와 접근법, 양측 유륜과 겨드랑이에 1㎝ 미만의 상처를 통해 접근하는 양측 유륜 액와 접근법, 귀 뒤를 통해 접근하는 귓바퀴뒤 접근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술법들도 단점이 있다. 겨드랑이, 유륜 등 부위에 어느 정도 절개를 해야 하고, 절개 부위에서부터 갑상선까지 도달하기 위해 피부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부를 절개하며 통로를 만들기 때문에 수술 부위와 갑상선의 거리가 멀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는 로봇 또는 내시경을 활용해 아랫 입술 안쪽에서 갑상선까지 접근해 눈에 보이는 상처를 피부에 남기지 않고, 통증을 줄인 경구 갑상선 수술법이 개발돼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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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구 갑상선 수술 후 입술 안의 상처가 아문 모습.

    ▲ 경구 갑상선 로봇 수술…입술 안쪽으로 통해 갑상선암 제거 = 로봇 수술은 환자 몸에 장착한 수술용 로봇을 집도의가 원격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술방법이다. 3D 카메라를 통해 수술 부위를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어 선명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로봇팔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정교한 수술에 유용하다.

    경구(經口) 갑상선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아랫입술 안쪽 점막에 1㎝ 미만 3개의 구멍을 통해 진행된다. 신체 구조적으로 갑상선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랫입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수술법에 비해 도달 거리가 짧아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성대의 문을 열고 닫는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되돌이 후두 신경과 체내 칼슘 조절에 관여하는 부갑상선의 보존이 용이해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입술 안의 상처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아물게 되고, 몇 주가 지나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회복기간도 빨라 수술 후 3일이 지나면 퇴원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이 수술법은 로봇뿐만 아니라 내시경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 갑상선암은 무조건 ‘착한 암’, ‘거북이 암’? =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5년 생존율이 암 중에서 가장 높아 흔히 ‘착한 암’, ‘거북이 암’이라고도 불린다. 흔히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는 갑상선암은 유두암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70~8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일반적으로 암 세포가 천천히 자라며 예후도 갑상선암 중 가장 좋다.

    하지만 세포의 종류나 암의 성숙 정도, 크기, 위치 등에 따라 예후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미분화암과 수질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극도로 좋지 않아 진단 후 1년 이내에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여포암은 혈액을 타고 뼈, 뇌 등의 부위로의 원격전이가 흔하게 발생한다.

    또한 유두암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 범위가 커지고, 드물게 타 장기로의 전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외과 이준호 교수는 “경구 갑상선 수술은 아직까진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받은 수술 방법”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입안에 상처도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수술 후 남게 되는 흉터를 걱정하는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창원병원은 지난해 12월 최신의 4세대 로봇 수술기 ‘다빈치Xi(da Vinci Xi)’ 기종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아주 작은 부위만 절개하고도 고난도 수술을 정밀하게 시행할 수 있고 통증과 출혈, 감염의 위험성이 적기 때문에 입원기간을 단축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각종 암의 수술뿐만 아니라 어렵고 복잡한 수술에 매우 효과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외과 이준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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