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7일 (수)
전체메뉴

[거부의 길] (1266) 제22화 거상의 나라 26

“ 여행 다녀오십니까?”

  • 기사입력 : 2018-01-29 07:00:00
  •   
  • 메인이미지


    바다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갑판에 나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진호는 선실로 돌아왔다. 배의 식당에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배에서 먹는 식사가 맛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비행기에서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돈가스가 다 나오네.’

    식사 메뉴가 뜻밖에 돈가스였다. 맛있게 먹고 다시 갑판으로 나와서 담배를 피웠다. 이미 천진항은 까마득하게 멀어져 불빛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배는 어둠 속의 망망대해를 달리고 있었다.

    “북경에 다녀옵니까?”

    담배를 피우던 50대의 사내가 물었다.

    “예. 여행 다녀오십니까?”

    사내가 가방이 단출한 것을 보고 짐작했다.

    “사업 때문에 자주 왔다 갔다 합니다.”

    김진호는 사내와 인사를 나누었다. 사내의 이름은 정기섭인데 중국에 인삼이나 홍삼 수출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인삼 수출은 잘 됩니까?”

    “잘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중국에도 인삼은 많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중국은 인삼도 값이 싸겠지요.”

    중국 제품이 싸기 때문에 수출이 여의치 않다.

    “고려인삼이라는 걸로 버팁니다. 중국인들이 신뢰하는 건 고려인삼이니까요.”

    고려인삼이나 홍삼은 중국인들에게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부모님들에게 드릴 효도선물로 홍삼을 선택한다.

    정기섭도 어렵게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기섭은 중국에 현지처를 두고 있었다. 현지처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예쁘장했다. 김진호가 의류사업을 할 생각이라고 하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현지처가 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옷을 좋아해요. 옷 장사를 하면 사는 걸 덜하겠지요.”

    정기섭의 생각이 그럴 듯했다.

    정기섭과 북경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진호는 선실로 돌아와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뜨자 인천항이 가까워져 있었다. 가방에서 캔커피를 꺼내 마셨다.

    담배를 피우면서 갈매기가 날고 있는 겨울바다를 살폈다.

    인천도 날씨가 쌀쌀해져 있었다. 배에서 내리자 김진호는 서경숙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 때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전철이 있어서 편리하네.’

    인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경숙을 설득할 생각을 하자 눈앞이 아득했다. 중국 책이나 번역해도 산사와 먹고사는 데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뭐야? 눈이 오는 건가?’

    창가로 눈이 희끗희끗 날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