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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달 만에 또 참사, 안전은 공염불인가

  • 기사입력 : 2018-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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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참담한 것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진 지 1개월 만이다. 밀양 화재는 189명의 사상자를 내 우리나라 역대 3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1월 화재로 기록될 정도의 재앙 수준이다. 대형 참사 때마다 지적돼온 사실들이 이번 밀양 화재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관련법 미비, 인명구조대의 작은 실수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해당 기관의 허술한 지침 등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한테서도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사고가 났다고 해도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잇따른 화재사고를 보면서 국민들은 이 참사가 왜 인재라고 하는지 이유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란 점에서 참담함은 더욱 크다.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두렵다는 말이 실감날 지경이고, 대한민국의 안전은 여전히 허술한 토대 위에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병원은 다중집합 시설인데도 건물 규모가 작다고 화재 발생시 물을 뿜어주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라거나, 불연재 사용을 외면하는데도 법 규제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사실상 방기한 당국의 소극적인 행정이 빚은 결과다. 병원은 특성상 작은 규모의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입원을 하고 진료를 받는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밀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언급했듯이, 건축규모를 먼저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상태나 이용 빈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밀양화재 사건에서도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70대 이상 고령자로 거동이 어렵고, 유독 가스로 인해 사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규정이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입원환자들은 신체적 특성상 화재 등의 재난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화재취약지구를 일률적으로 건축규모만 갖고 소방시설을 정한 데서 참사의 씨앗이 발아했다고 본다.

    특히나 지난 제천 참사 때 문제가 됐던 드라이비트와 필로티 구조가 세종병원에서도 여전히 큰 재앙의 원인이 됐다는 점이다. 스티로폼에 불이 붙고, 필로티 구조가 다량의 유독가스를 건물로 쏟아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제천사고 이후에라도 다중집합시설에 대한 점검을 한층 강화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도 소방방재청이나 정부는 전국의 다중집합 건물에 대한 일제 점검의 수고로움을 다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소방 당국도 마찬가지다. 소방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하지만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소방점검의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했다.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응급실 내에 있는 탕비실 천장에서 전기합선으로 최초 발화가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건물 화재의 많은 원인이 전기합선에 의한 것임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비상구 등이나 살펴볼 것이 아니라 가려져 있는 화재의 위험성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안전점검의 기본이 돼야 한다. 또 제천사고에서 불법 주차차량 때문에 화재 진압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소방차의 소방용수가 늦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유족은 10분이라 하고 소방 당국은 2분 46초가량 지연됐다고 하지만 화재 현장에서의 시급성은 분초를 다투는 일이다.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시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는 계획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민들은 취약한 소방시설의 집단건물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고,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많다는 점에서 불안한 것이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당국의 안일한 대처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대단히 위태롭다는 점을 다시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다중집합 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통해 취약한 시설의 보강과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응당 유가족을 위문하고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할 일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참 민망한 장면이기도 하다. 현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대형 참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 온 정치권 인사들의 말은 그때뿐이다. 방재 시스템을 철저하게 하겠다거나 관련 법을 고치겠다는 등의 말은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 한 국민들은 이 말을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참담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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