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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현 신드롬’이 전해주는 메시지-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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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오픈에서의 맹활약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던 테니스선수 정현이 지난 일요일 오후 귀국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많은 경기를 하고 귀국했지만 이번 귀국은 ‘금의환향’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연초부터 국내 분위기는 남북 문제와 정치권 공방에다 제천·밀양 대형화재로 어수선하다. 이런 가운데 22살 청년 정현이 보여준 최선을 다한 승리와 예의 바르고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매너는 국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열흘 후면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는 우리나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강국 반열에 올라 있다. 하계나 동계올림픽의 많은 종목에서 메달을 고루 획득한다. 그럼에도 필자는 몇개 종목은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에 올라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오래전에 생각한 적이 있다. 육상과 수영, 축구, 테니스 등이다. 과거에는 격차가 너무 컸다. 그러나 육상을 제외하고는 수영의 박태환이나 한일월드컵 축구 4강으로 세계 수준에 근접한 데 이어 테니스도 마침내 정현이 메이저대회 4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정현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선사했다.

    이번 호주오픈에서의 ‘정현 신드롬’은 정치권과 우리 사회에 전해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국민들이 정현에게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테니스 메이저대회 4강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다. 정현이 128강전부터 5차례 승리를 거두고 4강전 경기를 치르기까지 보여줬던 품격 있는 행동과 말에서 감동을 받았다.

    정현은 16강전 상대였던 전 세계랭킹 1위인 조코비치를 꺾은 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조코비치는 나의 어릴 때 우상이었다. 그를 상대할 수 있어 영광이다”며 치켜세웠다. 조코비치 역시 자신의 부상과 정현의 승리는 무관하다며 “정현이 더 뛰어났다”고 말했다. 정현은 기권패 후 페더러에게 “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 선수에게 행운이 있기를!”이라는 글을 남겼다. 페더러 또한 정현에 이긴 직후 정현의 실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테니스가 왜 신사적인 스포츠인지를 보여주는 말들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권이 테니스의 품격을 좀 배우면 어떨까. 페어플레이는 실종되고 내 목소리만 높이는 정치권은 테니스에서 한 수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정현 본인은 이러한 메시지를 직접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간접적인 울림은 전해진다.

    무엇보다 정현의 빛나는 활약이 고마운 것은 ‘노력하면 된다’는 긍정 에너지가 국민들, 특히 젊은 층에 전달된 점이다. 정현은 본인을 평가하기를 “천재형이라기보다는 노력하는 쪽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4강이라는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는, 자신이 타고난 재질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오늘의 결과를 얻었다는 생각이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만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페더러에게 4강전에서 기권했지만 사실상 부상은 훨씬 이전이었다. 정현의 발은 조코비치와의 경기 때부터 엉망이었지만 진통제로 아픔을 다스리면서 8강 상대까지 연달아 격파했다. 부상 중에도 세계적인 선수들을 차례로 잠재우는 과정에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정현은 “저도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고,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당연히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현재 힘든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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