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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형물 적극 관리로 문화도시 기틀 마련해야-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기사입력 : 2018-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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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미술계에서 꽤 유명했던 벽화 철거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2005년 통일부는 경기도 파주군 경의선 철도 도라산역에 통일을 기원하는 벽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이반 작가에게 벽화 제작을 의뢰한다. 이반 작가는 이후 2년에 걸쳐 폭 280㎝, 길이 97m에 이르는 거대한 벽화를 도라산역에 설치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느닷없이 이 벽화가 철거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작품의 이미지가 역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국가가 작가에게는 별다른 양해를 구하지 않고 작품을 철거해 소각해버린 것이다. 당시 미술계에서는 꽤 시끄러운 일이이서 언론에서도 많이 다뤘지만 국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사건을 모두 잊을 즈음인 2015년 대법원은 이 사건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문화국가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벽화를 폐기하는 것은 비록 벽화에 대한 소유권에 근거한 처분행위라고 하더라도 작가가 가지는 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라산 벽화 철거 사건은 이렇게 공공조형물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철거해 작가의 예술 자유와 저작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법적으로 판결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공공 조형물의 소유권이 공공기관에 있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변형 훼손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원저작자인 작가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법원이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최근 또 한 번 발생했다.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 설치돼 있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꽃의 내부>가 작가 측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된 것이다.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국제공모를 거쳐 2010년 12월에 8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설치된 조형물이다. 그럼에도 해운대구청은 관계기관이었던 부산비엔날레 측에 별다른 협의도 거치지 않고 철거를 강행했다. 유족측은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미술계에서는 제2의 도라산 벽화 사건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해운대구청은 바닷가에 설치된 작품이 많이 부식되고 흉물스럽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철거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이 말은 그동안 공공조형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었다. 결국 구청장은 유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후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두 개의 가슴 아픈 사연을 시시콜콜 언급한 이유는 이런 사건이 우리 주변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경남 지역에도 공공조형물 수백 점이 설치돼 있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이 조형물들의 사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조형물 설치와 관련한 법규는 있지만 사후 관리에 대한 세세한 방침이 없는 까닭이다.

    특히 창원은 ‘조각비엔날레’라는 축제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곳이다. 비엔날레 특성상 전시는 영구적인 설치 작품보다는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임시 설치 작업이 주가 돼야 하는데, 흥미롭게도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영구 설치에 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설치 과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어떤 작품이 영구설치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과 더불어 실제 장소를 사용하는 시민의 의견이 공론의 형식으로 반영돼야 한다. 시민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공공조형물은 당연히 시민의 관심 속에 있기에 설치 이후 유지 보수 문제 역시 능동적으로 운영할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성숙된 문화 도시는 바로 이런 문제를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상식적으로 처리하느냐에서 시작된다. 공공조형물이 애물단지가 아닌 지역의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공공조형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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