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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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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 규정 강화, ‘생명존중’의 출발점

  • 기사입력 : 2018-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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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을 충격과 슬픔으로 내몬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한국’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참화다.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한 이번 참사는 제천 화재 한 달여 만에, 국내 1월 화재 중 역대 세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만큼 체감충격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크다. 참사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고의 단편은 드러나겠지만, 그게 드러난다고 해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공동주택이나 학교·기숙사 등에서 비상시 진화시설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다중이용시설 중 가까이 학교의 실정만 봐도 그렇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995개 유·초·중·고 가운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곳은 18%인 179개교에 불과하다. 스프링클러 설치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법 규정 때문이다. 학교 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것은 2004년 5월부터다. 그것도 4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일 경우 수업을 하는 교사에 설치토록 하고 있다. 4층 이상도 법 개정 이전 건물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4층 이하인 도내 학교 실태를 감안하면 수많은 학생들이 화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당국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를 강화하고 상시 안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 공언들이 잊히기도 전에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이용하는 병원 등 의료시설에는 더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는 짐작과는 달리 이미 보도에서 알려진 것처럼 실제 법규는 의외로 느슨했다.

    이제 근본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차제에 다소 저항이 있더라도 안전을 최우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법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일부는 규제완화나 예산난 등의 이유를 들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강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돼야 할 것은 생명존중이며, 생명존중의 가치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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