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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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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난, 남의 일이 아니다- 강기묘(기업재난관리사)

  • 기사입력 : 2018-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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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을 만하면 터지는 비참하고 끔찍한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이 나라에 살기가 힘들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귀한 생명들이 한순간에 스러지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고 위험성은 늘어난다. 재난을 미연에 다 막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난 방지에 최선을 다하되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통곡하는 이웃을 보면서 함께 슬퍼하며 울분을 터뜨린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설마’ 그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날까 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잊어 간다. 이번 제천과 밀양의 화재 참사를 보면서 자기 집이나 일터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며, 재난에 대비한 여러 장비와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대체로 남의 일처럼 여기며 시스템 부재와 실종된 시민의식만을 탓한다.

    사람의 귀중한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큰 문제다. 예산이 없다, 경영이 어렵다 하면서 가능한 한 법망을 피하려 하고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는 소홀히 한다. 아무리 촘촘히 법을 만든다 해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다. 물론 법도 시대와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하지만 법은 최소기준이라 보면 된다. 한편 관계기관에서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단속한다지만 실제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관리주체가 스스로 안전의식을 갖고 제대로 된 장비와 시설을 설치하고 수시로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사람의 잘못으로 인한 재난은 이제 없어야 한다. 설마 하다 사고로 인명 손실이 발생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결국 사업이 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재난이 발생했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사람이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막상 재난이 닥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포에 휩싸여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 본능을 이기려면 평소 대피방법을 알아두는 반복된 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시설 종사자들은 재난발생 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몸에 익혀야 한다. 짧은 시간의 골든타임이 생사를 좌우한다. 훈련이 귀찮고 시간 낭비처럼 생각될지 모르나 2001년 9·11 미국 뉴욕 테러 때 ‘모건 스탠리의 기적’ 같이 언젠가 당신과 이웃의 귀한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시민들도 재난 때 구조대원들이 언제나 즉시 모든 곳에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자 알아서 상황을 헤쳐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난안전에 대한 기초상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어딜 가든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비상구와 대피로를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곳이 물건들로 막혀있다면 관계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살고 있는 곳이나 직장에서도 재난안전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미비점이 있으면 바로바로 시정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내 자신과 가족 그리고 동료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운명을 거론하지만 평소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해야 할 일, 필요한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우리에게 닥쳐올 사고의 확률은 낮출 수 있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내가 먼저 앞장서보자. 밀양 화재참사로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빈다.

    강기묘(기업재난관리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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