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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한반도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8-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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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와의 끊임 없는 대화이다.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하면서 역사는 발전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과 주변국인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중단됐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원년인 2012년 개정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2013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2017년에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영구화 과정을 밟으면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대목이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북핵문제는 국제적 사안으로 굳어졌다. 북핵의 고도화·영구화, 미·중 간 지역 내 경쟁 구도 등의 2가지 요소가 고려된 한반도 그랜드 플랜 (Grand Plan)의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그랜드 플랜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 지향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상정해야 한다. 신뢰성 있는 대북 억지력의 바탕 하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발전의 선순환 구도 정립이 중요하다. 대북원칙의 신축적인 적용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북설득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미·대중외교를 통한 6자회담 당사국 간 다자안보협력체까지 도모하는 큰 틀의 타협이 필요하다.

    플랜은 세 개의 세부 트랙이 요구된다. 첫째, 비핵화 트랙이다. 미·북이 중심이 되고, 한·중이 지원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체제 트랙이다.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하고, 미·중이 보장하고, 일·러가 지원하여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 안보협력 트랙이다. 미·중 간 안보협력문제를 개진한 후 남·북·일·러가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플랜의 이행방식은 일괄타결, 동시행동, 병렬적 이행·검증에 의해 다음 단계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행기구는 비핵화, 평화체제, 개발협력, 동북아평화협력 등 4개 분과를 둔 가칭 ‘한반도 평화협력 기구’가 필요하다. 협력 기구는 국제기구로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이행·검증을 관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랜드 플랜의 합의 전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남북 간 경제협력 복원과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한 군사협력이 추진되면 금상첨화이다.

    북한의 선핵포기를 주장하는 이론적 담론이나 암묵적인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는 제재·압박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제재·압박 국면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핵포기를 상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플랜은 국면전환의 과정에서 미·중보다 앞서서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창조적 대안을 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주도의 통일을 이루려는 자세와 노력이다. 현상유지와 상황관리가 더 편한 미·중에게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중은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인 역학이 작용하여 북핵도 자국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사안으로 쉽게 전환되는 역사적 경험을 가진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수준을 두고, 한국을 배제한 채 미·중 외무장관 간 한반도 내 사드 전력 배치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맞교환했다는 관측이 이를 방증한다. 많은 사람들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를 걱정한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문제해결의 출발이다. 한반도 그랜드 플랜은 역지사지의 자세에 토대한다. 남북 간 대화의 틀이 마련됐다. 한미동맹은 튼튼하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반도 그랜드 플랜의 내용을 채우고 작동 기회를 만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양 무 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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