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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과 믿음

  • 기사입력 : 2018-0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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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건 희망과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한 밀양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무슨 희망과 믿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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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져서 앞으로 더 이상 이런 가슴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요.” 두 아이의 손을 양손에 잡고 분향소로 들어가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세종병원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수두룩하다. 물론 이번 참사를 통해 처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의료기관을 놓고 보면 적정의료인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취약한 지방 중소병원 인력 실태와 함께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소방 분야로 눈을 돌리면 법정기준 50~60% 수준의 소방인력 문제가 또다시 대두됐다. 스프링클러나 배연·제연설비 설치 기준의 경우 이미 지어진 건물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허점도 드러났다.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유가족들은 초췌한 모습으로 3일 열린 합동위령제에 나왔다. 유가족을 대표해 나선 한 유족은 소방직 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소방장비를 현대화하고, 또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입법을 강화할 것을 정부에 간곡하게 요청했다. 특히 ‘실질적인 노력’이라는 말에 힘을 줬다.

    ‘그동안 뭐 했느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일까? 국회는 제천과 밀양에서 참사가 잇따라 터지자 1년 넘게 상임위원회에 계류해 놓았던 소방안전 관련 법안들을 임시국회 첫날 4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그러나 우리 주변 곳곳에 있는 ‘밀양 세종병원’이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동안 반복했던 ‘땜질처방’이 아닌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 희생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도 어루만져야 한다. 밀양 화재 참사를 시작으로 ‘희망과 믿음’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도록 모두가 노력할 때다.

    도영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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