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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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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71) 제22화 거상의 나라 31

“한잔 더 할래요?”

  • 기사입력 : 2018-0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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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파가 물결처럼 흐르는 밀레오레 앞이었다.

    “오늘은 구경만 하려고요. 일은 잘 되어 가세요?”

    “예.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이미 저녁시간이었다. 가로등이 환하게 켜지고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반짝였다. 젊은 사람들이 물결이 흐르듯이 오가고 있었다.

    “날씨가 많이 풀렸어요.”

    “하얼빈보다 따뜻하죠? 일은 다 봤어요?”

    “네. 낮부터 구경했어요.”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요? 약속을 지켜야지.”

    원심매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주시는 거예요?”

    “그럼요. 미인을 안 사주고 누구를 사주겠습니까?”

    “호호. 진호씨는 중국 말이 능통하네요.”

    김진호는 원심매를 데리고 장충동으로 갔다. 한우가 비싸기 때문에 동대문상가를 찾아온 외국의 장사꾼들은 좀처럼 찾지 않는다. 동대문상가에는 러시아의 보따리 장사들도 많이 왔다. 그러나 을지로 6가 주위의 식당을 이용하지 장충동까지 오지는 않았다.

    동대문상가에서 가까운 장충동 먹자골목에 있는 식당이었다.

    “언제 중국으로 들어가세요?”

    한우를 굽고 술을 따라주고 물었다. 한우식당 솔터는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아늑하다. 접대를 하면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

    “모레요.”

    “나도 모레 들어가는데.”

    “배로 가요?”

    “네.”

    “몇 시에요?”

    “저녁 6시요.”

    “저도 같아요.”

    우연이 너무 겹친다고 생각했다. 배 시간까지 같다는 것은 뜻밖이다. 김진호는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고기는 맛있어요?”

    “맛있어요. 부드럽고 고소해요.”

    원심매도 술을 마셔 얼굴이 붉어졌다. 복분자를 두 병이나 비웠다. 달콤한 술이지만 알코올 도수가 11%나 된다. 식당에서 나오자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하얼빈도 눈이 많이 오죠?”

    약간 비틀대는 원심매의 손을 잡았다. 원심매가 그의 팔짱을 끼었다.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몸이 은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많이 와요. 20cm 30cm 쌓이는 건 흔해요.”

    “한잔 더 할래요?”

    원심매에게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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