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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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작곡가 김성재의 재미있는 작곡 이야기

오선 위 음표에 담은 작곡자 의지·감정
■ 작곡에 대한 단상

  • 기사입력 : 2018-02-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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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의 본질에 대해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1857~1934)는 “공기 중에 음악이 있고 음악은 우리 주위 곳곳에 있다. 곧 세계는 음악으로 가득하고 우리는 그저 원하는 대로 가지면 된다”고 말했다.

    메인이미지(그림1) 악보.



    ▲음악의 다양성- (그림1) 악보

    인류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음악의 본성은 조화와 혼돈의 이름으로 우주에 가득했었다.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우주적 힘과 에너지의 유기적인 영향 아래 음을 느끼고 어떤 이는 음악을 창조하게 됐는데 그 창조행위를 바로 ‘작곡’이라 한다.

    작곡의 역사는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보했으며 음악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해석은 여러 사조를 낳게 됐다. 이런 다양한 음악적 견해를 한 우화를 빌려 설명하면 ‘장님과 코끼리’라는 우화가 어울릴 것이다. 길에서 코끼리를 만나게 된 장님들의 코끼리에 대한 설명은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가 정답이다. 하지만 볼 수 없는 장님들의 주장은 불완전하며 미완의 설명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작곡의 전 과정에 대한 서술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혀둔다.

    메인이미지
    작곡가 김성재.



    ▲작곡의 과정 ‘떠올리기’, ‘기록하기’

    작곡에 대한 과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지만 미루어 보건데 두 단계 ‘떠올리기’, ‘기록하기’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무엇을, 어떻게, 떠올리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면 순수한 음, 소소한 일상의 모습, 자연의 풍경, 언어 뉘앙스, 감정들, 철학적 사유의 세계, 사회의 현상, 혹은 지적호기심과 같은 광범위한 영역을 대상으로 순수한 원형을 음으로 환원시킨 후 확장된 시각을 통해 그 미적 가치에 대해 판단한다.

    작곡 대상으로서의 그 ‘무엇’은 작곡자의 내면적 직관을 통해 오선 위에서 음표로 구현되는 음악적 본질이며 사실적 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대상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마음의 자세가 요구되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완전한 구상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무엇에 대한 진중함과는 대조적으로 떠올리는 방식은 반대로 자유롭고, 단조로우며 소박하다.

    작곡자는 저마다 자신만의 떠올리는 방식이 있다. 명상이나 기도하기, 산보하기, 흥얼거리기, 책읽기, 골방에 틀어박히기, 선호하는 악기 두들겨대기 등과 같은 기다림의 미학적 주류 속에 놀이의 간류가 자유롭게 흘러가는 흥미로운 여정이라 말할 수 있다.

    특히 악기를 연주하는 작곡자들의 모습은 좀 더 특이하다. 물론 전문 연주자 못지않게 굉장히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작곡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곡자는 작곡을 위한 악보 해석과 실험적 연주를 우선으로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피아노를 요상하게 두들기는가 하면 늦은 밤 모두가 잠들려는 순간에 귀신 나올 것 같은 음산한 음향을 실험한다거나 엉터리 같은 노래를 누가 있건 없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르고 웃었다가, 찌푸렸다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행동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에 깊이 빠진 작곡자에게 지인이나 일반인이 “왜 그래? 혹시 어디 불편해?” 라고 아주 걱정스레 질문을 하는 순간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려는 역사적인 중요한 순간에 네가 다 망쳐놨어…!, 어쩔거야~?” 라고 하며 악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책임을 묻는 등 떠올리기 과정은 여러 모습들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저명한 의학자이자 생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혈액형을 분류할 때 작곡자의 혈액형을 ‘녹색 피’라고 분류해 특별 관리를 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기록하기’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떠올리기’는 경우에 따라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아주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최종안이 선택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떠올리기’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원형을 확장된 감각으로 발견하고 음으로 환원시키는 단계이며 오랜 여정의 끝에 음악적 구성의 모든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모티브(Motif)’가 탄생하게 된다.

    ‘기록하기’의 단계인 모티브는 음악적 의미를 갖는 기본적인 단위로서 두 박자 단위의 단순한 모티브로부터 두 마디의 복합적인 모티브까지 음악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구상된다. 이 모티브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대상의 의미와 정서를 표현하는 기본적인 단위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과 변형’을 통해 청중에게 지속적으로 그 모습을 떠올리도록 표현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은 음악적 의미를 전달함에 있어서 상대방을 확신시키기 위함이다. 한 번만 제시되는 모티브는 청중에게 외마디의 ‘외침’과 같이 그 뜻을 전달하기에 부족하며 한 번의 반복 이후 또다시 나타나는 것은 지루하기 때문에 또 적절한 변형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이 작곡의 과정은 적절한 반복과 변형이라는 가장 단순한 기법을 통하여 작곡자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Winterreise D.911’의 첫곡인 ‘안녕 잘 자요(Gute Nacht)’ 부분에 대해 설명하면 - (그림2) 악보

    (A)의 모티브가 ⓐ의 반복과 변형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B)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사랑했던 연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 주인공의 ‘걸음걸이’를 표현하는 부분으로 음악적 배경을 만든다. ⓐ는 멀리서부터 점점 다가오는 주인공을 묘사하며 갈수록 ⓐ′ ⓐ″처럼 변형되며 fp(세게 친 후 곧바로 약하게)의 지시어와 함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 그리고 점차 멀리 어두움 속으로 사라져 방랑의 먼 여정을 떠날 것을 (B)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이 작곡의 과정은 아주 작은 단위와 그 단위의 반복과 변형을 거쳐 완성된 악곡의 모습으로 변해가게 되는 것이다.

    메인이미지
    (그림2) 악보.



    ▲누구나 작곡자가 될 수 있다

    곡조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2~3분간 아무렇게나 흥얼거리거나 피아노 앞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건반을 이리저리 눌러도 가끔 멋진 곡조가 나온다. 이것을 기억했다가 화성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서 음악적 훈련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좋은 아이디어를 녹음하거나 악보로 적지 않으면 찬찬히 가다듬어 진척시키기가 어렵고, 또 금방 잊어버려서 다시 그 곡을 기억해 낼 수 없다. 작곡의 여러 작업들은 사람마다 다 다르며 고유의 방식대로 창작하게 되어 그 과정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많은 새로운 창작품들이 고유의 모습을 지니고 탄생해서 널리 알려지기까지 많은 세월을 보내고 좋은 곡으로 가기까지는 작곡가의 영감 외에 어디선가 받은 축복 같은 선율들이 청중의 마음을 매료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정리=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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