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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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촬영기에 대한 소고- 김윤규(마산의사회장 김윤규방사선과의원장)

  • 기사입력 : 2018-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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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선과의원에 진단기계가 여럿 있는데 그중 유방촬영기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검사 건수도 별로 없고, 유방촬영 자체로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고 치밀 조직 유방인 경우에는 종양이 있어도 구별이 잘 안 돼 단독으로 검사하기보다는 유방 초음파 검사와 병행해야 된다. 한쪽 유방에 2번씩 4번을 촬영하므로 방사선 노출량이 좀 되고, 검사할 때 압박해야 되므로 환자가 많이 아프다고 불평한다.

    고가의 기계인 데다 특수의료장비라서 매년 영상품질관리원서 검사를 받느라 검사비도 꽤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유방촬영기는 단독으로 방 하나를 사용하니 가뜩이나 비좁은 공간을 더 좁게 만든다. 이런 형편이니 내가 그 기계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괜히 심술이 나서 한 번씩 째려보고 다니고, 촬영실은 종종 여성 탈의실로 이용되곤 한다.

    얼마 전에 고상하게 생기신 노부인이 오셨다. 가끔씩 검사하러 오시던 분이다. 어디가 아프신지 물어보니 얼마 전부터 한쪽 유방이 약간 커지면서 아프다고 했다. 유방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종양은 없는데 뭔가 쫌 이상하다. 한 달 뒤에 다시 검사를 해 보자고 할까 하다가 유방촬영을 권했다. 촬영을 끝내고 필름을 판독하는데 참 충격적이다. 아픈 쪽 유방에 미세석회화가 전체적으로 깔려 있다. 미세석회화는 흔히 보는 양성석회화는 다르게 유방암을 시사하는 소견이고, 이는 유일하게 유방촬영에서만 볼 수 있다.

    같은 석회화라 해도 양성석회화는 무시해도 되지만 미세석회화를 놓치면 유방암을 놓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유방 전체에 퍼져 있는 미세석회화라니. 이는 유방암이 유방 전체에 퍼진 것과 다름없다. 환자에게 설명하려고 하니 난감하다. 본인은 좀 불편해서 왔는데, 한쪽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내 말을 잘 알아들으시고 수술을 하겠다고 하신다. 일어나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다.

    환자가 떠나고 나도 잠시 멍해진다. 큰 병을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노부인이 완치되길 바라는 기대감, 그리고 유방촬영기에 대한 미안함이 생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더니 중요하지 않은 진단기계는 없는 것 같다.

    김윤규 (마산의사회장·김윤규방사선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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