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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황제 도시락-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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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지도자가 먹는 음식은 뉴스거리가 된다.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공식적인 자리나 외교 목적의 테이블에 대통령 직분으로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식탁에는 다분히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숨겨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환호와 탄성을 보낸다.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김영삼 대통령의 청와대 점심 메뉴는 단연 칼국수였다. 당시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먹어보지 않으면 주요 인사가 아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당시 청와대 주방장은 칼국수가 너무 빨리 불어 한꺼번에 200~300인분을 동시에 내려면 힘들었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칼국수 식단은 국내외 화젯거리였고, 국민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김 대통령의 칼국수 점심은 군부 출신 전직 대통령과 관료들의 뿌리 깊은 부패를 청산하고 개혁하겠다는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동지인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재계의 총수들과 서울 경복궁 옆에 있는 한 삼계탕집에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인권, 노동 문제 변호사에 철저한 비주류 인생을 살아온 노 대통령은 특급호텔의 레스토랑 대신 본인의 단골집인 삼계탕집을 택했다. 노 대통령은 삼계탕으로 새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었다.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이 아닌 길거리 삼계탕집에서 대통령 당선인과 정재계 인사들의 만남은 ‘우리 사이에 특권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장·차관 워크숍을 주재하면서 저녁 식사용으로 준비한 도시락이 9만원대의 유명 호텔 도시락과 유사해 ‘황제 도시락’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식중독 등을 우려해 유명 호텔로부터 도시락을 납품받았으며, 시중가의 50~60%에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내부 행사에 외부에서 고가의 도시락을 주문한 것도, 납품가를 후려친 것도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취임 초기 구내식당과 수제비집을 찾은 문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가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었기를 바란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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