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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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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날 술주정한 남편의 해장국을 끓이려 말린 명태인 북어를 방망이로 두들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아내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예나 지금이나 숙취 해소엔 북엇국이 그만이다. 명태는 속을 달래고 단백질을 공급하는 훌륭한 먹거리다. 요즘같이 추운 날 탕으로 제격인 생태, 동태부터 황태, 북어, 코다리, 노가리 등 이름만도 30여개에 이른다. 북어는 고사상에 올리고 개업 사업장 문 위에 명주실로 묶어 걸기도 한다.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액막이다.

    ▼황태는 ‘하늘과 손을 잡아야 나온다’고 할 만큼 자연의 도움 없이는 최상품을 얻기가 쉽지 않다. 강원도 대관령 혹한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서른세 번 손이 간다고 한다. 12월 덕장에 내건 명태는 이듬해 4월에야 스펀지처럼 살이 부풀고 황금빛 황태가 된다. 살을 에는 칼바람을 이겨낼수록 속살은 더욱 노랗고 구수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황태는 말린 더덕 같다고 해서 더덕북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명태는 1980년대 초반 최대 15만t까지 잡혔다. 하지만 1990년대에 1만여t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2008년에는 공식적으로 어획량 ‘0’으로 보고됐다. 과거 동해안에는 ‘개도 안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흔했던 명태라 남획에다 지구 온난화까지 한몫했다. 요즘은 자연산 명태 1마리에 현상금 50만원을 걸 만큼 씨가 말랐다. 얼마 전 독도 근해에서 길이 30㎝가량의 명태 1마리가 18년 만에 잡혀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 등과 지난 10일 청와대서 가진 오찬에 황태 요리가 주 메뉴로 올랐다. 얼고 녹기를 반복해 깊은 맛을 선사하는 황태인지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그 선택이 자못 의미를 더한다. 명태(明太)의 한자 풀이는 밝을 명, 클 태, 즉 ‘밝게 해주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이름값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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