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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여정 방남 이후 남북관계-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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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격 방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장’을 전달하고 돌아갔다.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여정 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은 올림픽을 비롯한 다른 뉴스들을 삼켜버릴 만큼 메가톤급 소식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이 우리나라에 머문 사흘 동안 김여정 부부장을 4차례 만나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5차례나 만나는 등 국빈급 성의를 보였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보수야권은 물론 일부 국민들로부터도 ‘평창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 돼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성의를 보인 것은 당연히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상황으로 불리는 북핵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한 바도 있다.

    현 정부의 성의가 통했는지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오빠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예상과는 달리 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즉각적으로 수락하지 않은 채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며 신중하게 대응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은 남북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 모멘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으나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진전을 방북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북핵이 한반도에도 위협이 되지만 동맹국인 미국까지 겨냥함으로써 북한과 미국이 일촉즉발 대치상황을 보이고 있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런 맥락에서 김 부부장과의 대화에서 북미대화의 조기 재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남북대화가 재개된 만큼 북미대화가 이뤄져 북핵문제에 대한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나올 때 유의미한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이날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이란 남북 정상이 마주 앉기 위해서는 그 전에 동맹국인 미국과 국제사회가 불편해하지 않는 상황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북미대화에서 북핵에 대한 모멘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남북 정상의 만남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 북미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손을 놓고 있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김 위원장이 여동생을 특사로 보낸 것은 대화의 의지가 있음을 드러낸 것인 만큼 문 대통령도 미국과 사전협의를 거쳐 ‘고위급 특사’를 보내 북핵 폐기든 동결이든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사를 타진해 봐야 할 것이다.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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