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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쌍수(창원시 진해구청 안전건설과)

  • 기사입력 : 2018-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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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뉴욕에서 한 맹인이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는 맹인입니다”라고 적힌 작은 팻말을 들고 있었지만, 행인들은 맹인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지나칠 뿐이었다. 그때 행인 한 명이 다가와 팻말의 글귀를 “봄이 오고 있지만 나는 봄을 볼 수가 없습니다”로 바꾸어 놓고 사라졌다. 그러자 냉담했던 행인들의 적선이 이어졌다. 이 예화에서 팻말의 문구를 바꾼 사람은 앙드레 불톤이라는 프랑스 시인이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다.’ 너무나 유명한 시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일화입니다. 그는 모스크바 광장에서 한 맹인 걸인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광장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벌벌 떨다가 사람들의 발소리가 나면 “한 푼 줍쇼,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 하면서 구걸을 했습니다. 그의 모습은 가련했지만 모스크바에서 그런 걸인은 많았습니다. 때문에 그에게 특별히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 시민만은 줄곧 그를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역시 가난한 형편이라 그대에게 줄 돈이 없소. 대신 글씨 몇 자를 써서 주겠소. 그걸 몸에 붙이고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요. 푸시킨은 종이 한 장에 글씨를 써서 걸인에게 주고 사라졌습니다. 며칠 후 푸시킨은 친구와 함께 다시 모스크바 광장에 나갔는데 그 걸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불쑥 손을 내밀어 그의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니 며칠 전 제게 글씨를 써준 분이 맞군요. 그 종이를 붙였더니 그날부터 깡통에 많은 돈이 쌓였답니다. 푸시킨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친구와 그 맹인 걸인이 물었습니다. “그날 써 준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지요?” “별거 아닙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라고 썼습니다”. 사람들은 이 걸인을 보고 느꼈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지금은 비록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봄을 기다리는 이 사람은 도와 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의 거리에서 구걸하던 맹인과 모스크바 광장에서 구걸하던 맹인은 추운 겨울을 지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봄이 와도 봄을 볼 수도 없고 봄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니면 희망을 잃지 않고 따스한 봄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을까? 맹인이 아닌 우리 사람들은 맹인의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봄이 오고 있습니다. 주위에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과 맹인과 같이 봄이 와도 봄을 볼 수 없는 사람들과 함께 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이쌍수 (창원시 진해구청 안전건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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