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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찰, 2차 피해 막겠다고 하더니…

김용훈 기자 (사회부)

  • 기사입력 : 2018-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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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신고를 돕다 2차 피해를 당한 여경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보고서에 대해 경남지방청이 조사에 나섰다. 보고서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해당 여경의 2차 피해 주장에 연루된 감찰 업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비감찰 업무부서로 문책성 인사를 했다.

    이 보고서가 문제가 되는 큰 이유는 또다른 2차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여경이)그만 해도 될 텐데…, 경찰서 이미지만 나빠졌다’는 등 부정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 1월 8일께 해당 여경은 1인 시위를 벌이며 동료의 성희롱 신고를 돕다가 조직으로부터 갑질과 음해 등을 당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용표 청장은 지방청 차원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본청에 직접 감찰을 요청했고 지난 14일께 경찰청의 감사 결과가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공지됐다. 이 여경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판단돼 시민감찰위원회를 여는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이 고지된 직후 지방청의 모 감찰관이 여경이 소속된 경찰서의 부청문관에게 여론보고서를 요청했고 불과 수시간 만에 이같은 보고서가 작성됐다. 경찰 상부에서 여경의 2차 피해를 사실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겠다는데 정작 내부에서는 또 다른 2차 피해를 양산한 꼴이다.


    보고서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부청문관의 ‘실수’ 때문이다. 경찰 내부 메신저를 통해 지방청 감찰관에게 보고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경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만약 부청문관이 ‘실수’하지 않았다면, 평소 경찰 내부의 감찰 과정에서 ‘실수’ 없이 넘어간 부적절한 감찰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경남지방청은 비감찰업무 부서 구성원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려 윗선 지시 여부 등 보고서의 작성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2차 피해 조사는 이용표 청장이 직접 본청에 감찰을 요청한 사항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이같은 보고서가 작성된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진정성 있는 진상조사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김용훈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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