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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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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용동공원지킴이 김동구 변호사

사재 털어 사단법인 설립해 15년째 용동공원 정화
오랫동안 개발 지연 용동공원 환경정비
지인·지역민과 힘 합쳐 법인 설립·운영

  • 기사입력 : 2018-02-2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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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의창구 용동에는 20년이나 된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용동근린공원 조성사업이다. 용동근린공원은 용동·퇴촌동·사림동 일대 7만769㎡에 휴양시설과 잔디광장, 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실시계획 승인 후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개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주변 환경은 지저분한 상황을 보다 못해 용동공원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유지하는 데 두 팔을 걷어붙인 사람이 김동구(55) 경남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다.

    그는 사비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단체를 구성하는 한편 지역주민들과 함께 손잡고 오늘날 용동공원을 ‘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변호사를 만나 (사)아름다운 용동공원 설립 배경과 과정, 활동상, 공원과 환경이 지역과 지역민에 미치는 영향, 향후 목표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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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구 변호사가 (사)아름다운 용동공원 설립 배경과 활동상 등을 밝히고 있다./전강용 기자/



    -용동공원 정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년 전쯤 일이다. 당시 아파트에 거주했는데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층간소음 문제가 생겼다. 아랫층에는 수험생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뛰고 놀면 바닥에 매트리스를 몇 장이나 깔아도 소음이 발생해 소음 걱정이 없는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용동공원 인근 주택가에 집을 장만해 이사했는데 그때가 2000년쯤이다. 집 인근에 공원이 있는 것은 지금으로 보면 꽤 좋은 환경인데 당시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이사했을 당시 용동공원은 말 그대로 쓰레기 천지였다. 수년째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공원개발사업, 지역민도 아닌 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경작지 등을 보다 못해 지인들과 의논을 했다. 내가 돈을 좀 낼테니 공원 일대 청소를 좀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더니 힘을 합치겠다고 해서 보다 본격적이고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그게 2004년이다. 사람이 살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어디 멀리부터가 아니라 우리 동네부터 좀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된 일이다.

    -사비 1억원을 출연해 법인을 설립했다는데, (사)아름다운 용동공원과 활동상을 소개한다면.

    ▲20년 가까이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창원시 의창구 용동 일대 용동공원을 깨끗하게 지키고 계획대로 개발사업이 실행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지역의 쉼터가 돼야 할 용동공원이 개발은커녕 방치되면서 저를 비롯한 인근 지역민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황폐했던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 공원 개발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데 지역민과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었다. 나아가 향후 용동공원을 개발할 때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법인을 설립한 목적이다.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사비로 출연금 1억원을 마련했다. 법인을 만든 후 초기에 중점적으로 한 일은 용동공원과 그 주변의 폐기물을 청소하고 환경을 정비하는 일이었다. 초기 환경정화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갔는데 특히 청소하는 인력과 장비 사용 비용과 공원 내 나무를 살리는 것에 3년간 1억원이 거의 다 쓰였다. 쓰레기 수거에만 2000~3000만원 정도 들었고 쓰레기 양은 트럭 50대 분량이었다. 나무 살리는 데도 3000~4000만원 들었다. 법인 설립 후 참여한 이사들이 운영비를 보태고 우리 활동을 아는 지역민들도 십시일반 힘을 더해주고 있다. 환경정비뿐 아니라 용동공원 조성계획 수행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창원시와 사업자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용동공원 개발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법인의 활동범위를 도내 공원과 정원으로 확장했다. 도내 100여개의 공원 현황을 조사하고 관리상태를 파악해 쾌적한 공원 관리에 필요한 정보와 공원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법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력이 궁금한데?

    ▲고향은 함양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중학교를 졸업한 뒤 마산에서 직장에 다니던 형님을 찾아와 공장에 다니며 돈을 벌었다. 군 제대 후 일을 하면서 검정고시를 치고 경남대학교에 합격해 야간수업을 들었다.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마산시청 공무원으로 5년가량 근무했다. 이때 공무원 경험이 지금 동 차원의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공무원 재직 중 중학교 친구의 검사 임용 소식을 들었는데 당시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라 마음이 동했다. 아내를 설득해 사직하고 사법시험 준비를 했다. 도와준 아내 덕분에 4년 6개월 만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창원으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개업 초기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무료법률상담을 했고, ‘따뜻한 변호사 모임’ 등을 통해서도 상담활동을 했다. 법률적인 부분 외 변호사로서 역할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아내와 함께 모교인 경남대 발전기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용동공원 외에도 지역문제에 관심을 두는 분야가 있다면.

    ▲변호사라면 학교폭력, 인권침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와 지역 체육계 내부의 인권 문제가 관심사다. 특히 중·고등학교 환경이 개선돼야 지역 환경도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나아진다는 것은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인데,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교내에서는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도움이 되고 싶어 지난 10여년간 봉림중 학교폭력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향후 활동 계획은.

    ▲그동안은 민간사업자가 개발사업을 조속한 시일 내에 시행할 것과 당장 추진이 어렵다면 시행 전까지 주변 환경을 황폐하게 방치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계속 사업기간이 연장되는 상황에 대해 창원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도청과 미술관, 대학교가 인접한 지역상황을 고려해 시가 나서서 공익적인 개발을 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송도 준비 중이다. 지난 19년간 용동공원 내 쓰레기 수거와 환경 개선을 요청하는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음에도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지역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지역민에게 전가된 시간, 비용, 노력에 대한 책임을 창원시와 업체에 물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용동공원을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일반공원으로 개발해 삶의 휴식터로 남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용동공원 문제에 대해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나 역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김희진 기자



    ☞ 김동구 변호사는?

    1963년 함양에서 태어났다. 경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ALS과정을 수료했다.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 28기이다. 경남도 행정정보공개심의위원·환경분쟁조정위원·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 가정법률사무소 법률상담 변호사, 경남지방변호사회 총무·재무이사,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남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주)성우테크론 감사, 재창원함양군향우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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