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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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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82) 제22화 거상의 나라 42

“내일 아침에 봐요”

  • 기사입력 : 2018-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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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심매가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가빠진다.

    “천진에 도착하면 바로 기차를 타야 돼요.”

    “나도 바로 북경으로 가요.”

    김진호는 원심매와 함께 배에 승선했다.

    “이따가 만나요.”

    선실이 달라서 원심매와 헤어졌다. 배에서는 잠을 자지 않으면 할 일이 없다. 춘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진호는 원심매가 멀어지는 것을 보다가 선실로 들어갔다. 남자들의 선실은 대부분 중국인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배는 승선을 모두 마쳤는데도 출항하지 않았다. 선실에 누워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갑판에서 담배를 피우는 중국인들이 더러 있었다. 중국은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피우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다. 중국인들과의 좋은 관계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부우웅.

    배가 무적소리를 울리고 출항하기 시작했다. 인천 앞바다는 이미 캄캄하게 어두웠다. 김진호는 갑판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육중한 배가 선수를 돌려 부두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배는 온통 철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무거운 쇳덩어리가 떠있다니.’

    김진호는 배가 부두에 떠있는 것이 신기했다. 날씨가 차가운 탓에 담배를 피운 사람들이 서둘러 선실로 들어갔다.

    ‘아기방에 대해서도 연구를 해야겠어.’

    김진호는 밤바다를 보면서 사업에 대해서 생각했다. 기왕에 시작을 했으니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배가 서서히 항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항구의 불빛들이 아름다웠다.

    배가 출항하고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식사가 시작되었다. 탑승수속을 밟고 승선을 기다리느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지 못했다.

    원심매를 만나 식당으로 들어갔다.

    “배에서 나오는 식사도 괜찮아요.”

    원심매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천진을 오가는 배는 한국 국적선이다. 식당의 음식이 한식이었다.

    “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요.”

    식사를 한 뒤에는 갑판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사방은 칠흑처럼 캄캄하고 항구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봐요.”

    원심매와 키스를 나누고 선실로 돌아왔다. 선실에는 50대 중국인들 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김진호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한국으로 관광을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장춘에서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었다. 몇 년 동안 돈을 모아 부부동반으로 한국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것이다. 여자들은 다른 선실에서 잔다고 했다.

    김진호는 산사와 통화를 하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중국인들은 한 시간 이상이나 떠들다가 나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그들은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 한국인들이 친절하지 않아 불쾌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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