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앙불괴천(仰不愧天)- 이현근(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2-22 07:00:00
  •   

  • 지난해 유명 여배우들이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에 대해 잇따라 증언을 하면서 ‘나도 당했다’는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투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 운동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미투가 확산되면서 이윤택, 오태석, 고은 등 문화예술계의 대부와 거물로 일컬어지던 인물들의 황망하고 더러운 성추행 증언들이 끝없이 잇따르고 있다.

    ▼전 세계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이 상업화됐다는 논란 속에도 여전히 올림픽은 세계 평화와 화합을 다지는 축제로 한몫하고 있다.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첫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고, 많은 감동 스토리들이 세계인들을 울리고 웃기고 있다. 하지만 맨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승부를 가려 팀원끼리 단합이 생명인 여자부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뒤처진 동료를 사실상 내팽개치고 자신들만 질주해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윤택씨는 성추행 증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성추행에 대해 ‘관행’, ‘관습’이라고 변명하고, 합의된 성관계였다며 사실상 본인의 책임을 회피했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는 피해를 입은 노선영 선수에 대한 사과 없이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두 건의 기자회견이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윤택씨에 대한 성추행 증언자들이 추가로 나오고, 노 선수는 감독의 기자회견에 반박하며 사태는 더 커지고 있다.

    ▼지위를 악용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폭력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추행과 성희롱도 폭력이다.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는 하늘을 우러러서나 아래를 보아서나 부끄럼이 없다는 ‘앙불괴천(仰不愧天)하고 부불괴인(俯不愧人)하며 내불괴심(內不愧心)’하라고 했다. 부끄럽지 않게 살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부끄러운 짓에 대한 진정성은 있어야 한다. 한때 연극계의 대부로 행세했고,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라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얄팍한 짓은 말아야 한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