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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 남긴 것- 이문재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8-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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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보름 넘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누려 행복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행사를 무사히 치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한계를 넘나들며 땀과 열정을 쏟아낸 선수들이 고맙다. 인간의 정제(精製)된 본능을 목격하게 한 것도 감사하고, 또 목표를 향해 기꺼이 고통과 마주하는 감동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참으로 고맙다. 모든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몰리면서, 인간의 가치와 존재가 점차 쪼그라지는 세태라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했다. 감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또 예단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선수마다에, 경기마다에 나름의 각본이 있는 듯했다. ‘짜고 친 고스톱’이란 얘기는 결코 아니다. 결과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시작과 과정, 결과를 함께 곱씹는 개인적인 관람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비단 기자뿐 아니라 이제 많은 사람들도 등수만 따지는 데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승자에게는 물론 꼴찌에게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선수가 수년간 갈고닦은 능력과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붓기 때문이다. 1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1등을 향한 도전의 시작과 그 과정을 떠올린다면 결과는 단지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의 인생이 풍요롭거나 폼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과 같이해 보지도 않고 ‘패배자’라고 말할 수 없듯, 선수 모두는 영웅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많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희극, 비극, 휴먼, 판타지, 미스터리에 막장까지. 이제 이들 드라마는 종영(終映)됐지만, 언제 어디서 형태를 달리해 우리 삶에 투영될지도 모른다. 어떤 시나리오를 집어들고 연기를 해야 할지의 결정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다행인 것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확인이 됐다는 것이다. 세상의 눈과 입은 이제 정의롭고도 예리하다. 1등만을 위한 삶을 살 것인가, 1등을 향하지만 주변과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인가. 인생을 빛나게 할 참된 승리는 무엇일까. 당신은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이고 싶은가.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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