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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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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마항쟁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이유

  • 기사입력 : 2018-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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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지는 최근 부마민주항쟁의 정부 진상보고서 초안이 일부 공개됐을 때, 제대로 된 사료 검증과 자료 취합이 이뤄지지 않아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며 재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 산하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지난 23일 부산시의회에서 밝힌 진상조사 결과보고서를 보고, 문제점을 다시 지적할 수밖에 없다. 이날 보고회 이후 이번 보고서가 부마민주항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은폐 진상 보고서’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쟁 참여자가 아닌 유신정권의 자료에 의존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내용은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3년간의 조사 끝에 만들어진 이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부마항쟁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항쟁 당시 마산에서 사망한 고 유치준씨를 희생자로 인정하지 않고 검찰 기록을 그대로 수용해 ‘행려 사망자’로 단정지은 부분이다. 유씨에 대한 기록은 부마민주항쟁을 취재한 본지(당시 경남매일) 남부희 사회부장과 김현태 기자의 취재자료에 남아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본지 기자의 취재자료 등을 토대로 유씨가 경찰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이 부분을 진상 은폐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할 정도다.

    이와 함께 마산에서의 항쟁이 제대로 기술되지 않은 것도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당시 마산에서 일어난 항쟁 규모와 복잡성에 비해 적게 다뤄졌을 뿐 아니라 마산항쟁을 촉발시킨 ‘경남대 이진욱 격문’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단정했다. 부마항쟁의 한 축인 마산항쟁의 의의와 정신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진상조사위원회가 39년 전에 일어난 부마항쟁의 진상을 조사한 목적은 그 동안 유씨 유족과 같이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온 피해자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부실한 보고서는 또다시 그들에게 한을 품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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