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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늘 푸른 솔잎도 낙엽이 된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8-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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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종적인 관계가 정신적 윤리적 조건과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 복잡한 시내버스 속에서 젊은 청년과 노인과의 언성이 높아 자초지종 내용을 들어보니, 다리가 불편한 초로의 노인이 자리 양보를 구했더니 청년의 하는 말이 “저 뒤에 나보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있는데, 왜 나보고 양보를 구하느냐?”는 시비였다.

    “이놈들아, 너그들은 안 늙을 줄 아느냐? 늘 푸른 솔잎도 세월 가면 낙엽이 된다”는 노인의 목멘 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 맴돈다. 부모가 용돈 안 준다고 부모가 자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운다고 꾸짖는 스승을 제자들이 집단폭행을 하고, 친구에게 자기 부모를 청부살인하는 사례 등 사람으로서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아름답고 값진 가치의 기둥들이 어이없이 허물어 지는 듯한 서글픔을 느낀다.

    우리는 그들의 태도와 눈빛과 언행들이 조금도 반성하는 듯한 낌새도 없는 당당한 모습에 가슴을 치고 개탄을 하는 것이다. 권위란 반드시 다 옳은 것만은 아니고 윗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정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이를 헛먹는 것만 아니기에 인간 사회에서는 윗사람의 권위를 존중하며, 그 경륜을 귀담아 들으려는 당연한 미덕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은 패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면서 앞 세대의 지혜와 배려를 겸손하게 배움으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대 간의 연속성과 상호보완이 깨질 때 그 사회는 불균형으로서 세대 간의 아래 위가 없고 부자지간, 스승과 제자 간, 선후배 간 등 모든 관계가 단절이 생기게 된다.

    젊은 세대가 청년문화를 구가하기 위해 기성세대의 사고나 문화를 무조건 배척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은 성취 문화였지만 도덕적으로 오히려 잃은 것도 많았다. 굴레 벗은 말이라 할까? 아무런 규범적인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그저 기성세대적인 것이라면 무조건 부정하고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짓밟고 없애려는 풍조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세대 간의 윤리적인 규범이 무너진 곳에는 참다운 문화가 형성될 수가 없다. 옛것을 부정하고 변화와 개혁만 요구하는 무조건적인 사고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월 가면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될 텐데, 세상을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종적인 유대 관계 회복이 너무나 아쉬움을 절감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원리요 도리라고 했는데….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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